말이 가지는 힘

얼마 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장미 몇 송이를 유리병에 꽂아 식탁 위에 올려둔 날. 늦은 저녁, 학원을 다녀온 아이가 발견하고는 환한 얼굴로 말한다.
"엄마, 꽃도 잠을 잔대. 신기하지?"
"와 정말? 잠도 잔대? 엄마는 사랑해, 미워해 말하면 알아듣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러자 아이가 장미 가까이 다가가,
"사랑해. 사랑해"라고 속삭이더니 나를 보며 웃는다.
"식물 역시 사람처럼 높은 의식은 아니지만, 의식이 있대. 그래서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더라. 사랑과 관심을 받은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러니까 식물에도 사람에게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자.”라고 말을 하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식물은 적대적인 생각 같은 구체적인 위험에도 반응하지만 좋은 감정에도 무심하지 않다. <중략> 날이 갈수록 욕설을 들은 식물은 눈에 띄게 시들어갔고, 반면에 칭찬을 들은 식물은 크기와 건강미가 열 배로 돋보였다. - 식물의 은밀한 감정,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
어디 식물뿐이겠는가? 사람은 식물보다 훨씬 섬세하고 민감한 감정까지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고 상대가 하는 말이 진심으로 나를 위한 말인지 듣기에만 좋은 말인지 구분할 수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식물’을 ‘사람’으로 바꿔 읽어도 전혀 이상한 부분이 없지 않을까?
모든 대화에서 비판할 것을 찾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좋은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나는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고 나면 힘이 빠지고 기운을 다 빼앗기고 오는 기분이 든다. 대화의 끝이 개운하지가 않다. 이럴 때면 차라리 마음에 없더라도 ”사랑해, 좋아해, 다 잘 될 거야“라고 하는 뻔한 말이 더 좋은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주 작가는 ‘말의 품격’에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라고 한다. 자신이 내뱉는 말의 품격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입버릇처럼 이왕이면 좋은 말을 하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좋은 말, 즉 긍정적이고 사람의 기운을 돋우는 말은 먼저 나를 살리고 타인에게 전해진다. 입을 통해 전달되기 전에 일차적으로 그 말을 생각해야 하고 가장 앞서 그 말을 듣게 되니 첫 번째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타인을 위한 일이지만 나를 위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어떤 말을 습관화해야 할지 분명하게 보인다.
꽃병의 장미를 며칠 후에 정리하며 잠깐 생각한다. 다른 때보다 좀 더 오래 그 싱싱함을 유지한 것은 혹시 아이의 사랑한다는 그 말이 전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고 하지 않는가? 말의 엄중함이다. 다시 마음을 바로 세우고 나부터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말을 하리라 다짐해 보는 순간이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