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에서 자유는 시작된다
알아차림에서 자유는 시작된다.
멍한 머리, 핸들을 꽉 쥐고 있는 손, 뻣뻣하게 곧추세운 등.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30여 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몸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 있음을 느낀다. 가끔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긴장하고 불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감정을 마주할 때면 황당함을 넘어 진땀이 나곤 한다. 오늘도 내 마음에 어떤 위험의 스위치가 딸깍하고 켜졌는지 정말 오랜만에 불쑥 손님처럼 나를 찾아왔다.
내 차 옆을 쏜살같이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도,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화물차도 위험한 존재로 느껴져 숨이 막힌다. 10년을 훌쩍 넘는 운전 경력이 무색하게 혼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냥 두고 있을 순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불안에 휩싸여 한껏 예민해진 나를 살핀다.
“왜 이렇게 긴장했지? 오늘은 좀 심하잖아?”
지금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운전하면서 불안해하고 있구나.”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인정해준 후 다시 부드럽게 속삭이듯 말한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숨을 크게 내쉬어봐. 그리고 몸에서 힘을 좀 빼볼래?”
두어 번 숨을 크게 쉬고 몸에 힘을 빼는 순간 요동치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꽉 부여잡고 있던 감정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힘을 빼는 대신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에 떨게 했는지 그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다. 아마 고속도로에서 어떤 위험을 보고 안전에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은 멈추지 않고 부정적인 상상을 보태고 결국, 불안이라는 감정을 만들었으리라. 불안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사소함에서 시작해서 순식간에 몸집을 키우고,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괴물 같은 민낯을 드러낼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속수무책으로 진땀만 흘리지는 않는다. 내 감정 상태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나 할까? 불안이라는 감정은 실체가 없으며, 그 시작이 어디에서부터일지라도 마음이 범인이었다.
마음과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감정도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반응하게 된다. 때론 그 감정에 저항해서 벗어나려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방법으로는 결코 자유로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나는 고속도로 위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에 휩싸인 나를 알아차리고 그대로 인정을 해 주었다. 잠시 후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고, 어느 때보다 즐거운 여행을 즐겼다.
만약,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정말 싫다.“
라고 부정했다면 불안함은 배로 커졌을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내가 하는 생각에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저항을 멈추려면 그 감정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 그저 감정을 알아차리면 된다. 마음을 편히 먹고 긴장하지 말라. 긴장하는 것 자체가 곧 저항이기 때문이다.“ - 위대한 시크릿, 론다 번
인정해 준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은 그 힘이 약해진다. 살면서 긍정적인 감정만 대한다면 한없이 즐겁고 기쁘겠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될 때가 훨씬 많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감정에 저항해서 싸우고 휘둘리기보다는 싸움을 멈추고 그것이 내게 존재함을 허용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붙잡지 말고 흘러가게 두라. 삶이 더 수월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