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작가 에세이

  • 등록 2024.12.25 10: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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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다는 너에게


겨울이 깊어갈수록 어둠은 일찍 찾아온다. 집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며 감탄을 한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이 낮게 떠 있는 달이 무언가에 서서히 잡아먹히고 있는 것처럼 한쪽 귀퉁이가 잘려나간 채 어둠을 밝히고 있는 모양이 동화의 한 장면 같다. 문득, “저 달이 아름다운 동화처럼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나의 하루가 괜찮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랬다. 아침부터 조금 전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과 유쾌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진 감사한 날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토록 충만한 하루를 보냈지만 사실 그렇지 못했을 누군가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쓰이고 아팠다. 며칠 전, 가까이 지내는 동생이 “왜 나만 사는 게 이렇게 힘들까요?”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얹혀서 내려가지 않는다. 꾹꾹 눌러왔던 마음을 풀어내는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동생도 저 달을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한없이 슬퍼 보였을지도 모른다.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누구는 충만함을, 누군가는 슬픔을 느꼈겠다고 생각하니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살아낸다는 말이 슬프게 다가와서 나는 잘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살아내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 것은 그만큼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살아내다’라는 말이 생소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 이에 대한 답변이 실려있는 것을 보면 나처럼 더러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나 보다.

 

이 말은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스스로의 힘으로 끝내 이루어짐을 나타내는 말’을 의미하는 보조 동사 ‘내다’가 ‘살아’ 뒤에 쓰인 것으로 주로 그 행동이 힘든 과정임을 보일 때 쓰인다고 되어있는 것만 보아도 여유롭고 행복한 느낌보다 뭐라 하지 않아도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루를 아니,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뒤돌아보면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우리 앞에 서 있다. 생(生)을 빚어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며, 그 삶이 만들어지는 과정엔 무수한 주변인 혹은 조연들이 존재한다.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라지만 나 역시 무수한 조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순간 나는 생각해 본다. 자신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힘든 하루를 살아냈을 동생에게 따뜻한 조연이 되어주어야겠다고. 함께 전면에서 싸워 줄 수는 없지만 기댈 언덕이 필요할 때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나무 같은 사람으로 말이다.

 

나 역시 ‘살아내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바라기도 했던 그때, 내 옆에 묵묵히 있어 주던 한 사람이 세상은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고 몸으로 말해주었다.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내 편이 되어주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해주며 조연을 자청하던 한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그렇기에 지금 동생이 지나고 있을 어두운 터널에 혼자 두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왜 나만 사는 게 이렇게 힘들지?”라고 묻고 싶을 만큼 힘들 때가 있지 않을까? 내 시간만 멈춘 것 같고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될 때도 부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더 좋아지는 길로 가는 중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그때 그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그리고 언제나 당신의 무대에서 당신을 위해 기꺼이 조연을 맡은 누군가가 있음을 말이다. 그러니 지금 견딜 수 없이 힘들다 느껴져도 너무 외로워하지는 말자.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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