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만난 새로움
‘계단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을까.’
30개가 넘는 계단을 모두 올랐다고 안도할 즈음, 다시 시작된 계단을 보며, 숨이 턱 막힌다. 계단 옆을 보니, 모노레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 같은 이방인을 위한 것이라 생각되어서인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차가운 날씨에도 땀에 젖은 옷을 뒤적거리며 올라탔다.
‘역시,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배려를 하고 있었군.’하는 마음과 함께, 모노레일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아찔한 감정을 느끼며 최종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펼쳐진 광경을 보며 새삼 놀랐다. 그곳은 수많은 집이 켜켜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발아래에 펼쳐진 도시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펼쳐진 부산 중구는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생명 같았다. 이곳의 풍경은 단순히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 중구는 계단이 많은 도시이다. 지리적으로 그러한 모습이 되었겠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이었으리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지역의 주민들도 많았지만 관광을 온 외국인도 많았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부산 중구의 수많은 계단은 단순한 이동의 방식이기보다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는 듯하다. 주민이든, 이방인이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계단을 오며 가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묻기도 했다. 이것이 부산 중구의 매력이 아닐까.
처음 마주한 광경들이 낯설기도 했지만, 그 낯섦을 도전하는 게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니었나 싶다. 부산 중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용두산 공원과 보수동 책방골목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나는 이제 수많은 계단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계단은 단순한 구조물이기보다, 삶을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새롭게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계속해서 도전하게 만드는 하나의 상징 같다.
매번 만나게 되는 계단을 오르며 느끼는 숨 가쁨은 피로나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하기보다 살아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계단 끝에서 만나는 부산의 전경은 어려움을 견디고 만날 수 있는 선물처럼 말이다.
바다와 산, 그리고 도시가 어우러진 부산 중구를 통해, 낯선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마주한 수많은 계단은 앞으로 내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를 좀 더 강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괜찮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삶의 새로운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테니 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공간을 한번쯤 살펴보면 좋겠다. 가보지 못한 낯선 공간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억될 만한 새로움을 만날지 모르니 말이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