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려주다
커피가 인연이 되어 만난 사람들, 같은 하루 다른 시간대에 사는 나를 그들에게 맞추기 위해 연차를 내고 카페로 향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마음이 계단을 한걸음에 오르게 만든다. 성큼성큼 걸어 카페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반가운 그들이 멀리서 보인다.
오늘은 강사가 아닌 인생의 선후배로서 서로 둥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삶의 향미를 나누려 한다.
가벼운 안부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한다.
여러 메뉴 중 디카페인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나라 생두인지 정보가 쓰여 있는 다른 커피들 사이에 아무런 정보 없이 덩그러니 혼자 있는 네 글자.
‘디카페인’
“디카페인 따뜻하게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니 “선생님! 디카페인 커피 드실 거에요?”하고 의아한 듯 묻는다.
“네, 오늘은 이 아이를 알아보고 싶어요.”라고 웃으며 대답을 한다.
디카페인 커피는 생두에서 카페인 성분을 일정 부분 제거한 커피를 의미한다. 카페인 성분을 전부 제거한 것이 아닌 카페인 함량을 줄여 그 성분이 소량인 커피를 디카페인 커피라고 한다.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기준은 국가마다 상이하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카페인 함량이 97% 이상 제거된 커피를 디카페인 커피라 부르고, 디카페인 커피 1잔(약 240ml)에 카페인 성분이 5mg 이내여야 한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 유사하다.
유럽 연합(EU)의 경우, 커피 100g당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커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디카페인 커피 1잔당 약 2~5mg 이내로 카페인 성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디카페인 커피의 함량 기준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가마다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함량 기준이 다른 이유는 법적, 문화적, 기술적, 경제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그러하다.
‘디카페인’이라는 네 글자로 덩그러니 메뉴판에 쓰여 있던 아이가 잔에 담겨 테이블에 놓였다.
잔을 들고 깊은숨과 함께 따뜻한 커피의 아로마를 맡아본다. 은은한 과일 향미가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셔본다.
오늘 처음 만나 ‘디카페인’이라는 이름밖에는 알 수 없었던 이, 향과 맛으로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잠시 그가 향미로 전해주는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은은한 오렌지 향, 과하지 않게 밝고 깨끗한 산미, 클린한 애프터를 지닌 그였다.
잔을 내려놓으며 나도 모르게 “와, 이 커피 정말 괜찮네요. 디카페인 맞나 싶은데요.”라는 나에게 “여기 디카페인 맛있죠?” 카페를 추천해 주신 분이 묻는다.
보통의 디카페인 커피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렌지 향과 깔끔한 산미로 느껴지는 커피. 카페인이 제거되는 가공 과정에서도 두 손에 꼭 움켜쥐고 있던 자신의 고유한 향미, 그 한 조각을 살포시 잔 안에 놓아주며 말을 건네는 느낌이다.
삶의 한 조각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던 시간, 그리고 대화를 통해 전해졌던 각자의 향기.
오늘 만난 이들과 함께 한 시간과도 닮아있던 커피 한 잔.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디카페인 커피가 되는 과정과 닮은 듯하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