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석 칼럼 - 플러스알파

  • 등록 2025.04.16 22: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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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그것이 과일이든 가구이든 거래 후에 기분이 좋고 흐뭇했다면 플러스알파 때문일 것이다. 제 값을 주고 정당하게 거래 했다면 특별히 기분 좋을 일은 아니다. 덤을 받았다든지 주인이 친절했다든지 가격표에 기재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 수학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이들은 들떠서 준비물들을 챙기고 계획을 세우느라 생기가 넘치는데 K는 점점 어두워 갔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대신 무단결석을 하지 않기 위해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을 하겠노라고 했단다. 늘 쾌활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인데 가정 형편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엄마도 건강하지 못한데 가뜩이나 여러 해째 누어있는 오빠가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언니는 학교를 중단하고 가출을 하여 어지간히 부모님 속을 썩이고 있다. 아버지는 괘념치 말고 다녀오라고 한다는데 속 깊은 아이는 수학여행이 호사(豪奢)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책 회의 끝에 학교에서 장학금을 줘 수학여행을 보내주자고 결의를 했으나 아이는 한사코 사양을 했다. 문득 일전에 읽었던 탈무드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19세기의 위대한 학자이자 랍비였던 ‘요셉 도브 솔로베이치크’가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있는데 한 농부가 그에게 찾아와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유월절 첫 날 밤 축제 때 포도주 대신 우유를 마셔도 됩니까?” “건강 문제로 포도주를 마실 수 없나요?” “아닙니다. 포도주가 비싸서 제 힘으로는 살 수가 없어서입니다.” 랍비는 대답 대신 25루블을 주면서 “유월절에 포도주를 마시도록 하십시오.” 하고 돌려보냈다. 그 농부가 감사를 표하며 자리를 떠난 후 제자들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5루블이면 포도주를 살 수 있는데 어째서 25루블이나 주셨습니까?” “그가 유월절에 우유를 마시려 했다면 고기 살 돈도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월절 축제 때 사용할 다른 물건을 살 돈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완전한 유월절을 보내기에 충분한 돈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죠셉 델루슈킨 저 『죽기 전에 한 번은 유태인을 만나라』 中-

 

나는 즉시 날 상담교사를 교장실로 불러 그 아이의 일을 의논했다. 그 아이의 망설임이 단순히 자존심이나 수학여행비의 부담만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상담교사에게 수학여행비에 별도의 돈을 얹어주면서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시내에 나가 또래들이 좋아할 만한 옷가지나 신발 따위도 준비해 주도록 당부를 했다. 남들은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군것질 거리를 준비하는데 경비는 해결이 된다 하더라도 달랑 몸만 갔다 온다는 것이 전혀 기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런 요구까지 할 형편은 못 되니 아예 포기를 하려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열었고 아이는 무사히 수학여행을 다녀왔으며 지난날의 쾌활한 아이로 돌아왔다.

 

우리는 늘 결핍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 그 결핍에 대해 신에게 호소한다. 성서에 의하면 신은 인류에게 전혀 부족함이 없도록 그들이 차마 구하지 못하는 것까지 채워 주고 행여 부족할세라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주신다(누가복음6:38).”고 한다. 그리고 그들도 이웃에게 그렇게 하기를- 누군가가 구하는 것보다 후하게 베풀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신은 인류에게 묻는다. “너와 관계가 좋은 사람에게만 잘 대한다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너희가 나은 것이 무엇이냐? (마태복음5:47). 이 질문을 우리에게 적용해 본다면 ‘네가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교과만을 가르친다면 네가 나은 것이 무엇이냐?’ 또는 ‘네가 말 잘 듣는 아이만 예뻐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를 외면한다면 네가 나은 것이 무엇이냐?’ 가 될 것이다.

 

나는 ‘자포스’라는 미국의 신발 회사가 어째서 그렇게 훌륭한 기업이라는 명성을 누리는 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은 적이 있다. 한 여인이 엄마를 위한 신발을 샀다. 그러나 엄마는 불과 며칠 후 그 신발을 신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던 그녀는 사왔던 그 상태로 놓여 있는 신발을 보고 매장에 전화를 했고 상담하는 직원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한 후 조심스레 물었다. “날짜가 조금 지났는데 반품이 될까요?” 상담사는 흔쾌히 수락을 했고 매장에 나가겠다는 그녀를 굳이 말리며 직원을 보내 회수를 할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튿날 자포스의 직원이 찾아왔다. 정성스레 쓴 위로의 카드와 예쁜 꽃다발까지 들고 말이다. 그녀와 그녀의 이웃들은 평생 자포스의 고객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영어 단어 몇 개 수학 공식 몇 개 보다 우리가 거기에 얹어주는 감동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것을 그리라고 했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해님이나 촛불 또는 모닥불을 그렸을 때 한 아이는 손바닥을 그렸더라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엄마이든 선생님이든 사랑의 손길은 태양보다도 따뜻하다. 플러스알파는 공식적인 매뉴얼에는 없는 것들이지만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최홍석 칼럼니스트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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