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을 3초 늘렸더니 행복이 보인다.
어느 날 감정과 말투는 무슨 관계인지라고 궁금한 적이 있었다. 말투 때문에 감정이 달라지는 걸까? 감정 때문에 말투가 안 좋아지는 걸까? 사실, 과학적이거나 논문 같은 건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어쩜 두 가지다 맞는 말인 듯하다.
평범한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주방으로 (걸어오며) 오면서 말한다. “물 줘" 하라는 짧은 이 두 글자는 1초도 안 걸렸지만, 누가 들어도 명령이라는 생각이 드는 말투이다. 이런 말투 때문에 나도 모르게 순종형인 아내로 지금껏 살아왔지만, 이젠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내 변화를 위해선 부탁이라는 것도 필요했다.
얼마 전 읽었던 ‘비폭력 대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부탁이라는 것은 상대가 들어줄 수도 있고 안 들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를 깨닫고 상대의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나서야 정중히 남편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다시 남편이 말한 "물 줘"의 두 글자로 돌아왔다. 나는 내가 해야 할 말을 비로소 찾았다. "물 줘" 뒤에 조금의 편안한 쉼과 여유 있는 말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여보 "물 줘" 할 때, 뒷부분을 3초간 늘려서 말해줄 수 있을까?
이렇게 부탁한 이유는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3초간 늘려서 말해준다면 마음의 여유 공간이 생겨 순종한다는 느낌보다는 이 사람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해주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남편의 대답은 역시나 무응답이었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남편은 버벅대면서 뒷부분을 늘려주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애써주는 모습만 봐도 나의 감정은 순종하는 느낌보다는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말투가 변화된 남편의 감정에도 행복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한다. 남편의 본심은 나에게 강압적인 말투를 하고 싶지 않았을꺼라는 짐작이 있었다. 그 말은, 남편도 따뜻한 말투를 받아보도 싶었을 꺼란 더 깊은 마음이 헤아려지기도 한다. 언젠가 다시 꼭 남편과 말투의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럼 나의 말투는 괜찮은가? 하고 점검해보았지만, 나의 말투도 행복을 주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에게도 하는 말에서 뒷부분 3초간만 늘려서 말을 하는 연습을 했다.
아이들에게서 돌아오는 답변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짧은 "어"로 답했다면 "어~~"라는 3초간 늘려주는 말투의 변화로 행복이 찾아왔다. 말투만 변해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표현법, 즉 가장 가까운 데서 발견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었다."
홍선자 작가
나답지 못한 나를 위로와 감사로
나다움을 터득해가면서
지금 순간의 행복과 맞닿으며
살아가는 감정코칭전문가
(세종애행복팜영농조합법인대표)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