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 등록 2025.08.14 08: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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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이 혈액을 맑게 만든다


입사한 지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에게도 퇴직이라는 단어가 요즘 자주 떠오른다. 직장이란 울타리 안에 있는 동안은 느끼지 못할 듯한 감정, 불현듯 그날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맞이할까 하는 두려움에 나는 때로 눈을 감는다. 마치 데자뷔처럼 자주 떠오르는 이 불안감의 시작은 어쩌면 인생 후반전 준비가 덜 되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5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듯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지 묻고 싶다.

 

내 경우, 은퇴까지 남은 시간, 대충 10년이 남은 듯하다.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이지만, 내가 느끼는 은퇴라는 시간의 길이와 다름을 느끼는 이유를 나의 부덕에서 찾을 때면 나는 나를 잃곤 한다. 그래서 나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하여 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바로 성장할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낮에는 직장인으로서, 저녁에는 주부와 엄마로서 1인 3역 이상을 해야하는 처지의 나에게 이런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한가지 길은 바로 수면을 줄여보는 일이었다. 하루 24시간,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 (present)이지만, 나는 그 선물을 충분히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반문한다. 그리고 유일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절대적인 시간, 잠자는 것을 사치라 여기며 줄이기 시작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아침형 아니 새벽형 인간이 많았다. 많은 자기계발도서를 읽다 보면 그들이 마치 나에게 입을 모아 말하는 듯하다. “더 일찍 일어나라,” 하지만 퇴근 후 집안일을 마치고 허리를 펴 시계를 보면 어느새 자정이 되어가기 일쑤였다. 녹초가 된 몸은 아침 알람 소리에 쉽게 일어날 줄을 몰랐다.

 

반복되는 일상의 패턴, 그 보이지 않는 무게감은 나의 집중력조차 떨어뜨렸다.

 

“엄마, 나 오늘 부탁한 거 가져왔어? 아니, 나 깜빡했네, 어쩌니...”

“엄마, 요즘 왜 그래,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예전보다 더 예민해진것도 같고...”

 

아이들의 잔소리가 요즘 부쩍 늘어간다. 과연 왜 그런 걸까?

 

이런 사연들이 나의 다이어리를 채우는 날이 많아지던 어느 날, 수면과 관련된 도서를 접하고 내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나였기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면이 부족하면 단순히 피곤한 상태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백혈구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과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도 커진다. 감정의 기복도 심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며 불안, 우울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면 시간 동안 우리의 뇌는 낮에 쌓인 정보를 정리한다. 불필요한 정보는 잊어버리고, 중요한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데 수면 부족은 기억 형성에 방해가 된다. 집중력 저하로 판단력이 떨어지면 어떤 일을 하다가도 실수가 잦아진다.

 

그 후로 나는 잠을 자는 시간을 늘린 것뿐 아니라 숙면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취침 전, 가벼운 스트레칭과 함께 소금물을 마신다. 스트레칭은 근육 긴장을 풀고, 나트륨은 신경계를 안정시켜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며, 근육 경련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는 대신 산책을 하며 햇볕과 함께한다. 햇볕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잘 되게 하여 숙면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감사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긍정인 태도가 기분 좋게 잠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습관을 바꾸고 나서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 않고, 하루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오히려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눈부신 의료과학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맞이할 날도 머지않았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만이 미덕으로 치부되지 않을 세상, 우리가 어떤 습관으로 다가올 21세기를 맞이해야 하는지는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세상에는 아끼고 싶은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습관 없이는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지도 모를 내일, 당신에게 수면의 의미를 다시금 묻고 싶다.

 


 

 

정영희 작가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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