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석 칼럼 - 베풂에 대하여

  • 등록 2025.11.12 12: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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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홍수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 마을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무너진 곳을 복구하기 위한 대책 회의를 했다. 그러나 밤이 깊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물론 많은 의견들은 있었다. 한 사람이 “집에 소가 두 마리 있는 사람은 한 마리를 마을에 기부하도록 합시다.” 말하자 모두들 찬성했다. 또 다른 사람이 “집에 수레가 두 대 있는 사람은 한 대를 기부합시다.” 그러자 모두들 찬성했다. 이번에는 한 사람이 “집에 닭이 두 마리 있는 사람은 한 마리를 기부합시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두들 반대를 했다. 소나 수레가 둘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닭은 모두들 두 마리 이상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늦도록 열띤 토론을 했지만 자기희생이 없는 토론은 흡족한 결론을 낼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베푸는 것에 대해 잘 말하고 있는 사람은 레바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이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베푸는 것은 베푸는 것이 아니고 진실로 베푼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베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진 것이란 내일 혹 필요할까 두려워 간직하고 있는 것이고, 대부분의 우리는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자랄까 늘 두려워하고, 가진 것은 많으나 조금밖에 베풀지 않으면서 그마저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베풀지만, 가진 것은 조금밖에 없으나 전부를 베푸는 이들이 있는데 기쁨으로 베푸는 이들이야말로 기쁨이 그 보상이며 그들의 주머니는 결코 비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청받을 때 베푸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다. 허나 요청받지 않을 때에도 다만 이해함으로써 베푸는 것, 그것은 더욱 좋은 일. 그러므로 마음 넓은 이에겐 받을 이를 찾음이 베풂보다도 더 큰 기쁨인 것을. 그런데 지금 그대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대들 가진 것은 모두 언젠가는 주어야 하는 것을. 그러므로 지금 주라. 베풂의 때가 그대들 뒷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대들 것이 되게 하라. '나는 베풀리라, 그러나 오직 보답 있을 것에만 베풀리라.' 하지만 과수원의 나무들, 목장의 양떼들은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살기 위해서 베푼다. 서로 나누지 않고 움켜쥐는 것이야말로 멸망하는 길이기에.

-칼릴 지브란 『예언자』 中-

 

지금도 생산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알00’ 이라는 이름의 비누가 있었다. 단단하고 물에 잘 풀어지지 않아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상당히 관심을 가졌던 제품이다. 가정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비누 소비가 많은 공중목욕탕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그 인기가 시들해지더니 슬그머니 종적을 감추었다. 그것의 문제는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향기가 나빠서도 아니고 비누가 잘 닳지 않아서였다. 비누가 닳지 않는다는 것은 거품이 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거품이 일지 않는다는 것은 세척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경제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세척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커다란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들은 자신을 준다. 양초도 그렇고 소금도 그렇고 지우개도 그렇다. 방향제도 좋은 냄새를 남기고 자신은 공기 중에 사라진다. 신은 세상의 슬픔과 고통을 지우라고 우리를 이 땅에 보냈다. 그러나 불량 지우개가 공책을 찢어 놓듯이 자신을 주려 하지 않는 사람은 이웃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다. 신은 인류가 소금이 되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는데 녹지 않는 우리는 모래 알갱이처럼 입 안 가득 이물감만 남긴다.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오늘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자신을 주었던 위대한 이름 없는 이들의 덕분이다.

 

어느 날 돼지가 근심스레 암소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왜 너를 좋아하면서 나는 멸시하는 것일까?” “나는 일도하고 우유도 주고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지만 너는 먹기만 하고 빈둥거리잖니?” “나도 고기와 가죽을 주고 심지어 내장까지도 다 주는데?” “그것은 죽은 후의 일이고.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서야…….”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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