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이야기 13 - 교사 성별 다양성은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 등록 2025.12.31 12: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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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필자가 고교 3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한 여학생은 초중고 총합 12년을 통해 남자 담임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물론 교직의 여초(女超)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은 필자 자신이 현장에서 느끼기도 했지만, 교육의 대상인 학생인 직접 느끼고 일종의 개인적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에는 “그럴 수가?”라며 심각한 교사의 성별 불균형 상태에 대해 깨달았다.

 

이는 밤늦게까지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고3 학년부장을 역임하면서도 교무 분장에서 학년 담임 배정 요구 시에 남성 교사를 소속 학년에 함께 하기가 여간 힘들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갈수록 심화 되어 이제는 남성 교사는 각 학년의 ‘천연기념물’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여초 현상이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성별 불균형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예컨대, 한 학교에서 학년 담임교사 10명 가운데 남성 교사가 1명에 불과하거나, 아예 전무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인력 구성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 환경과 교육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를 넘어 학생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가장 중요한 성인 역할 모델이다. 성별 다양성이 결여된 교사 집단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특정 성 역할을 고정화하거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관계 맺기의 방식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교실은 사회를 축소해 놓은 공간인 만큼, 그 안에서 경험하는 관계의 다양성은 교육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교직이 특정 성별에 편중될 경우 교육의 공공성과 포용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성별 다양성을 갖춘 교사 집단이 학생의 성인지 감수성과 사회적 이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성별 균형이 단순한 ‘형평의 문제’를 넘어 교육 효과성과 직결된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해외 사례 역시 경고음을 울린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초등학교에 남성 교사가 거의 없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교직의 사회적 이미지 약화와 특정 성별 직업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는 남성 교사의 교직 진입을 장려하기 위한 장학 프로그램, 직업 전환 경로, 공공 캠페인을 병행하며 성별 다양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교직을 특정 성의 영역으로 고정하지 않으려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이 문제를 개인 선택의 결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교직의 낮은 사회적 평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경력 설계의 한계 등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구조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 그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교직 진입 단계에서 성별 다양성을 고려한 정책적 유인책이 필요하다. 특정 성별을 배제하거나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직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문직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교육현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점검해야 한다. 단지 위헌적 요소만을 내세워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은 이제 만시지탄이라 할 상황이 되었다.

 

둘째, 교직의 사회적 가치와 전문성을 재조명하는 공공 담론 형성이 중요하다. 교사는 돌봄의 역할을 넘어 교육과 성장의 전문가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 때 교직은 성별을 초월한 공적 직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성별 구성 논의와 함께 학교 현장의 성인지 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성별 다양성은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사 모두가 성인지적 관점과 포용적 교수법을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교육의 질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교사 성별 불균형 문제 논의는 어느 한 집단의 권리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이 어떤 사회를 경험하며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교육은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우리는 그 이유를 묻고 바로잡아야 한다.

 

교실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은 곧 교육의 품격을 회복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학생과 같은 경우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 기울어진 성별 구성으로 교육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사회의 공감을 얻어 마땅히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또 하나의 교육개혁 요인이라는 것에 정부와 교육 당국은 전 국민적 이해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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