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보내는 ‘세로줄’ 당신은 읽고 있습니까?
평온한 주말 오전, 보고 싶었던 책도 볼 겸 도서관에 가려고 준비 중입니다.
모처럼 조용한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저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있었죠. 그때 책상위에 놓인 핸드폰을 보는 순간,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헉”
갑자기 멈춰버린 핸드폰 화면, 손가락으로 톡톡 몇 번씩 두드려 보고, 수차례 밀어도 보았지만, 저의 초조한 마음과는 달리 스마트폰의 화면은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어, 왜 이러지?” 당황한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요즘 핸드폰은 ‘오장칠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몸의 일부와도 같은, 그야말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죠.
평소와는 다른 이상함을 느낀 저는 도서관을 포기하고, 서비스센터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주말 운영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기에 가까운 대리점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핸드폰을 본 직원은 안타까운 얼굴로 나지막이 말을 건넵니다.
“아. 액정이 나갔어요,” 한숨 섞인 그의 표정에서 금방 해결되지 않을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길게 그어진 세로선을 가리키며 그는 말을 더했습니다.
“고객님 원래 이런 선은 없었죠? 이거 하드웨어가 손상된 거예요. 서비스센터를 가시더라도 수리비가 상당히 나올 겁니다. 오래 쓰셨으니 고치시는 것보다 바꾸시는 게 나아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화면이 조금이라도 살아있을 때 데이터를 옮겨야 하니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핸드폰의 이상증세가 조금씩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느려진 속도라든지 터치 오류, 그리고 빨리 소모되는 배터리 방전 속도로 한 번쯤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결국, 직원의 권유에 따라 새로운 폰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을 새로 장만하는 것으로 저의 불편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옮기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니, 오후 편한 시간에 찾으러 오세요!”
기존의 정보를 새 기계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는 듯합니다. 예상시간보다 훨씬 늦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연락이 왔고, 게다가 자료 옮기는 중 핸드폰의 전원이 완전히 나가버려 대부분의 자료를 옮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데이터 복구가 되지 않은 폰을 들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려야만 했습니다.
그간 소중히 쌓아왔던 추억의 사진도, 인연이란 이름으로 연락했던 이들의 연락처도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급한 마음에 먼저 필요한 앱부터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앱을 하나씩 새로 설치할 때마다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작업을 몇 번이나 거쳐야 했고, 그러한 번거로운 과정들은 저의 시간과 노력을 오롯이 요구했습니다.
주말에 미리 계획했었던 많은 일은 시작도 못 한 채 어느새 밤이 되었고, 제 안에 짜증과 후회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치며, 방수기능까지 자랑하는 요즘 기계라 할지라도 쉬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어떤 것이라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어요. 그리고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주기적인 점검도 필요하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죠.
갑작스런 폰의 교체로 얻게 된 저의 작은 깨달음은 건강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몸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워지지 않는 피곤함, 쉬어야 한다는 마음속 울림을 무시하고, 통증이라는 몸의 시그널조차 애써 외면했던 나, 귀찮다며 미뤄왔던 건강검진까지 ‘괜찮겠지’라며 지나쳐 왔던 많은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핸드폰은 고장 나면 고치거나 설사 망가지더라도 새로 바꾸면 되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아요.
몸과 마음에 탄력성을 잃게 되면 다시 원상복구 시키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이 들기 때문이죠. 여기서 말하는 탄력이란 회복 탄력성을 의미합니다. 무너지기 전, 주기적 관리를 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타이밍을 갖게 되고 그 기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루를 대하는 현대인들, 어쩌면 영영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요즘 의학계에서는 자주 강조하곤 한답니다.
오늘 밤은 새로운 기능이 가득한 새 폰에 관심을 두는 대신, 종일 고생했을 저의 몸과 마음에게 조금 이른 휴식을 선물하려 합니다. 한 줄의 세로선으로 마지막 경고를 보냈던 저의 옛 휴대폰처럼 여러분들도 몸이 보내는 작은 소리에 좀 더 세밀하게 귀 기울여보는 밤을 보내면 어떨까요?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