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석 칼럼 - 공평과 정의

  • 등록 2026.01.28 21:35:53
크게보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의 유일한 추종자 산초 판사는 어느 섬의 태수가 되었다. 진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산초는 다음과 같은 엄격한 법령을 발표 했다. “이 섬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여기 왜 왔느냐?'라고 묻는다. 진실을 말하면 통과시킨다. 거짓을 말하면 처형한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국경을 넘어왔다. 병사가 이유를 묻자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저는 처형당하러 왔습니다.” 병사는 당황했다. 이 남자를 통과시키면 그는 거짓말을 한 셈이므로 처형해야 한다. 하지만 처형을 한다면 그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되고 그렇다면 그는 진실을 말한 셈이므로 처형할 수 없다. 병사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산초에게 달려가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산초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를 통과시키게.” “네?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선을 베푸는 것이 악을 베푸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네. 이는 내가 머리를 쥐어짜서 내린 결론이 아니야. 내가 이 섬의 태수로 오기 전날 밤, 돈키호테가 수차례 가르쳐 준 마음가짐이 생각났기 때문이지. 그것은 어떤 경우에든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자비를 취하라는 것이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번민에 싸이게 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함이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계산 때문이다.

 

중국의 훌륭한 교회 지도자였던 ‘워치만 니’의 책 중에 한 농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사람은 중국 남부 구릉지대에서 벼농사를 짓는 사람이었고 지역 교회의 교인이었다. 그런데 벼가 한창 자라는 시기에 어느 날 아침 자기 논에 나가 보니까 자기 이웃 사람이 자기 논두렁에 구멍을 내서 논의 물을 모두 빼내어 자기 논에 물을 채웠다. 그래서 그는 원래대로 물을 다시 복구해 놓았지만 물을 도둑맞는 일은 며칠을 두고 반복되었다. 그는 교회에 와서 교회 지도자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항의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때 묵묵히 기도하던 지도자가 그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형제여,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소. 형제가 항의를 해서 권리를 찾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오. 그러나 형제여, 형제는 주께서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소. 주께서는 <올바른 일>보다도 더 <위대한 일>을 원하시지는 않을지 기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소!” 그래서 그는 집으로 돌아와 기도를 시작했다. “혹시 오늘 형제가 들려준 말이 주의 뜻이었습니까? 그렇다면 올바른 일보다 위대한 일이 무엇입니까?”

 

농부는 이튿날 새벽같이 자기 논에 가서 자진해서 자기 논의 물을 이웃 논으로 흘러가게 해 주었다. 알 수 없는 기쁨이 마음에 임한 그는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러자 이상하게 더 이상 그의 이웃은 그의 논의 물을 빼가는 일을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몇 날이 못 되어 “왜 당신은 스스로 내 논에 물을 대 주었느냐?” 는 질문을 받았다. 농부는 “나의 주님이 그렇게 하라고 명하셨다”고 대답했다. “당신의 주인이 도대체 누구이십니까?”고 묻자 그는 자기의 간증을 그대로 들려주었고 그 날 그는 자신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한다.

 

재래시장에서 알밤이나 무언가를 살 때 저울에 달아서 사지만 두어 개를 덤으로 담아준다. 그래야 사는 사람이 만족해한다. 저울이나 자(尺)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위대한 일은 고사하고 올바른 일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이다. 이웃과의 분쟁에서나 여러 사람의 모인에서나 나름 올바르게 처신했다고 하더라도 자로 재듯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을 처리하고 나면 개운하지가 않고 앙금이 남는 수도 있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금을 그을 때도 자기 쪽을 부풀게 긋는다. 항상 내가 조금은 손해를 보는 것 같이 그어야 한다. 그것이 공평이고 정의이다. 이도 내가 밤새 머리를 쥐어짜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돈키호테가 알려준 것이다.

 

[대한민국교육신문]

대한민국교육신문 webmaster@kedupress.com
Copyright @대한민국교육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