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 등록 2026.01.28 22: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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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수면을 다시 생각하다


어느 바쁜 주말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몰려온 피로에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질 즈음,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CRM 상담사의 급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오늘 헌혈하신 000헌혈자님이 지금 어지러워 버스 정류장에 계신다고 합니다.

연결해드릴까요?”

“네 ” 짧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헌혈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저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어디 계세요?”

“버스 정류장이요.”

 

“지금 어디가 가장 불편하세요?”

“속이 좀 안 좋고, 어지러워요”

“의자에 앉아 계시고, 가능하다면 누워서 다리 들고 계세요. 제가 지금 바로 갈께요.”

 

목소리만으로도 어느 정도 상태인지 느껴졌습니다.

이동 혈압계를 챙겨 들고, 급히 정류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헌혈 후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 없이 귀가하지만 간혹 오늘처럼 헌혈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 비교적 흔한 증상이 혈관미주신경반응인데요. 과도한 긴장이나 불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나타나게 되죠. 특히 처음이거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일 때 헌혈하는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헌혈자는 다소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증상은 서서히 호전되고 있었죠. 헌혈 전에 안내했던 내용을 잘 기억하고 그대로 실천한 덕분이었습니다. 혈압을 체크 한 뒤, 헌혈자를 부축해 센터로 이동합니다.

 

“헌혈을 여러 번 해봤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당황한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였습니다.

“요즘 많이 피곤하시거나, 잠이 부족하지는 않으셨어요?”

“사실... 잘 잤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어제 할 일이 있어서 4시간 정도밖에 못 잤어요.”

그제야 이유를 찾은 듯, 그의 얼굴에 옅은 후회의 그림자가 스쳤습니다.

 

헌혈의 집 침대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회복 된 헌혈자는 외투를 입으며 말했습니다.

“다음엔 충분히 자고 헌혈하러 올께요.”

 

출입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다시 한 번 수면의 중요성을 떠올렸습니다. 헌혈 전 최소 권장 수면시간은 4시간이지만, 사람마다 체력과 체질이 모두 다르므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4시간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10시간을 자야 비로소 회복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종종 수면의 가치를 쉽게 간과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잠을 많이 잔다는 것이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퇴근 후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잠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집안일을 마친 늦은 밤, 억지로 졸음을 이겨내며 자기계발을 하곤 했었죠. 하지만 그런 시간의 축적은 저를 성장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부족한 수면은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감정의 기복은 잦은 스트레스로 이어졌으니까요.

 

지금 제 삶의 최우선 순위는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입니다

하루 7시간 수면 시간을 지키려 노력하고, 필요한 운동으로 체력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저는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수면을 줄여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과거의 저와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부디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잠은 미루는 일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니까요.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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