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걸 잘하게?

  • 등록 2026.04.06 08: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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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걸 더 잘하게

강원국 작가가 이런 질문을 던진 걸 어디선가 본 적 있다.

"못하는 걸 잘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할까? 잘하는 걸 더 잘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할까?"

 

이 질문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후자에 손을 들었다. 내 삶이 이미 그렇게 흘러왔으니까.

 

동물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내과와 외과, 두 영역을 마주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외과적 감각이 좋지 않다. 손의 민첩함이나 섬세함이 부족하다. 그 부분을 잘하게 만들려고 애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내과 공부를 더 했다. 임상증례를 더 들여다보고, 감별진단의 논리를 단단히 쌓았다. 지금 내과 케이스 앞에서는 자신 있다. 외과가 약한 건 여전하지만, 내과 실력은 확실히 뾰족해졌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글쓰기 잠재력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알고 나서는 더 강화했다. 더 읽고 더 썼다. 그 결과 수의사이면서 동시에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외과를 갈고닦는 데 썼다면 없었을 삶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이 있다.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라." 성적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과목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당연한 공부법으로 통한다. 그 뒤에는 교육 철학이 있다. 민주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평균화 교육이다. 심각하게 뒤처지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전체를 고르게 끌어올리는 방식. 공장에서 균일한 제품을 찍어내는 논리와 같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원하는 건 공산품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이다.

 

못하는 것을 잘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약점은 아무리 자신을 갈아 넣어 노력해도 잘 돼야 2등이다. 그 에너지를 쏟아부은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에서, 개인의 잠재력은 평균이라는 단일한 잣대로는 제대로 평가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평균에 맞춰 설계된 교육과 평가 방식이 학생 각자의 들쭉날쭉한 능력과 고유한 재능을 오히려 제한한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체계가 우리를 '평균적인 인간'이라는 틀에 끼워 맞춘다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모두를 비슷하게 만들려는 교육은 각자에게만 있는 특별함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이 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뾰족해진다. 뾰족한 것은 뚫는다. 막혀 있던 곳도 뚫고 들어간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평생 "성과는 약점이 아니라 강점 위에 세워진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효과적인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일을 설계하고, 약점은 그 강점을 발휘하는 데 치명적인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갤럽(Gallup)의 대규모 조사 또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자신의 강점을 매일 활용한다고 느끼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업무에 훨씬 더 몰입하고, 조직의 생산성과 성과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다.

 

NBA 선수 스테판 커리를 보자. 키가 작고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을 어릴 때부터 들었다. 만약 수비를 보완하는 데 훈련 시간 대부분을 썼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커리어를 마쳤을 것이다. 그는 대신 3점 슛에 모든 것을 걸었다. 결과는 역대 최고의 3점 슈터.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곧 차별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전략이 있다. 강점을 하나만 키우는 게 아니라, 뛰어난 두세 가지 분야를 잘 접목해 나만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는 남보다 잘하는 사람이 아닌, 남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 이른바 폴리매스, 르네상스형 인재의 길이다.

 

나 역시 그 길을 걷고 있다. 수의사라는 전문성과 글쓰기라는 강점이 결합되어, '글 쓰는 수의사'라는 남다른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강원국 작가는 말한다. "장점을 더 살리는 게 낫다. 결국 장점으로 먹고살게 된다. 그래야 삶도 즐겁다."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넘버 원이 아닌 온리 원.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본능적으로 약점에 더 집착할까.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이득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 회피 편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점을 키워 얻는 이득보다 약점으로 인한 손실을 막는 데 심리적 에너지를 더 쓰는 것이 인간의 디폴트 설정이다. 편향을 알아야 벗어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에너지, 돈은 모두 유한하다. 그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쓰는지가 결과를 결정한다. 약점 보완은 방어적 투자다. 강점 강화는 공격적 투자다. 보상이 있는 쪽은 후자다.

 

교육 현장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아이가 이미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발견해 주고 밀어줘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그렇다. 국민 모두가 비슷한 역량을 가진 사회보다, 국민 개개인이 전혀 다른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는 사회가 더 다양하고 강하다.

 

세상은 평균적인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특출나고 뾰족한 것을 기억한다. 그저 그렇거나 남과 비슷하면 기억되지 않고 선택되지 않는다.

 

당신은 무엇을 잘하는가. 잘 모르겠다면 시간을 들여 찾아라. 가장 몰입되는 것, 남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되는 것, 칭찬을 자주 듣는 것. 그것이 단서다. 하나만 찾는 데 그치지 말고, 두세 가지를 찾아 섞어보라.

 

나만이 고유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벼리고 벼리는 것, 그것이 탁월함을 키우는 방법이다. 탁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못하는 걸 잘하게 만드느라 지치지 말자.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드는 데 자원을 쏟자. 그것이 당신을 뾰족하게 만든다. 넘버 원이 아닌 온리 원으로 만든다.

 

평균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다.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박근필

 

· 수의사
· 작가,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 박근필성장연구소 소장

· 청소년 진로 직업 특강 외 다수 출강
· 데일리벳 외 다수 매체 칼럼 연재

 

[저서]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2023)
·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 (2024)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2025)
·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 (2025, 공저)


[참고 링크]

부산 시청 주최 공무원 대상 특강

김해 청소년 진로 멘토링

인천 계양중학교 강연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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