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람쥐?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눈

  • 등록 2026.04.09 09: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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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꽃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도 피어가는 중이니까

 

 

아침 등교 맞이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교문을 지나

밝은 얼굴로 학교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때였습니다.

 

1학년 여자 어린이가 걸어오다가

갑자기 한쪽에 쪼그려 앉아서

일어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교실로 들어가야 할 시간인데

왜 저렇게 앉아 있는지 의아해서 다가갔습니다.

 

“교실로 가야지. 왜 여기 앉아 있어?”

 

그랬더니 그 아이가

아주 귀엽게 말합니다.

 

“저는 다람쥐예요.”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엉뚱하기도 ㅎ

 

왜 이러는 걸까요?^^

 

아이의 상상은

가르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살아가는 환경,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아이의 언어와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환경이 언어를 지배한다. — 박대훈^^

 

교육은 가르친 만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이에 자라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복도에서의 일입니다.

 

저(장은희 실무사)는 행정실에서 나오고 있었고,

남자 아이 두 명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옆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뛰지 말래.”

 

저의 눈빛에

뛰지 마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나 봅니다.^^

 

두 아이는 곧바로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힐끔

힐끔

뒤돌아보면서(귀여움^^)

그러다가 다시 속도가 붙고,

결국은 거의 경보하듯 신나게 걸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참으로 아이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 안에는 이미

두 마음이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시느니라

— 사무엘상 16장 7절 —

 

우리는 행동을 보지만

교육은 그 행동을 만들어내는

내면에서 이루어집니다.

 

동양의 사상가들도

이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은

가르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진짜 교육은

드러난 지시가 아니라

내면에서 스스로 작동하는 질서입니다.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은

같아지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상태입니다.

 

아이들이 멈추었다가

다시 빨라지는 모습은

 

질서를 따르면서도

자기 움직임을 잃지 않는

균형의 과정입니다.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사람 안에 이미 존재하는

도덕적 감각을 의미합니다.

 

“뛰지 말래”라는 말은

누가 시켜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아이 안에 자리 잡은 기준이

언어로 드러난 순간입니다.

 

교육은 새로운 것을 넣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깨우는 일입니다.

 

장자의 자연지도(自然之道)는

억지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스스로 조절하는 삶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다시 빨라지는 모습조차

통제의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입니다.

 

“저는 다람쥐예요.”

“뛰지 말래.”
 

이 모든 것은

누가 시켜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환경이 만들고,

관계가 스며들고,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은

눈에 보이는 지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축적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배우고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고 있는가입니다.

 

보지 못하면 지나가고,

보는 순간 교육이 됩니다.

 

그래서 교육자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의미를 읽어내는 눈입니다.

 

아이들의 언어가 들릴 때

보이지 않는 교육이 쌓일 때,

보이는 변화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말없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이미 그들 안에서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별 새 꽃 돌을 보며

아이 안에서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힘

 

그것이

삼육교육(三育敎育)입니다.^^

 

 


 

 

칼럼니스트 박대훈

 

• 현)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장
• 청주교육대학교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석사(초등영어교육)
• 전국삼육초연합회 회장
• 한국사립초연합회·서울사립초연합회 부회장
• 서울시·충청북도 수업연구 발표대회 1등급
• 충북 단재연수원 1급 정교사 연수 특강 강사
• 학교법인 삼육학원 전국 예비교사·중고등부·어린이교사 수양회 초청 강의 다수 출강
• ‘어린이 수업 집중법’ ‘부부행복세미나’‘섬기는 교육행정’강의 다수 출강

• 2026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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