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현금 경연장’으로 만드는 교육감 선거, 교육의 미래는?

  • 등록 2026.04.23 09: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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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6.3 지방 선거의 교육감 선거전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범죄 경력을 가진 많은 인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예비 후보로 나서는 것도 문제이지만 일부 지명도가 높은 인사들까지 교실을 기묘한 ‘현금 경연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그들이 내건 공약에는 “신입생에게 10만 원 지급”, “입학 준비금 30만 원 지원”과 같은 문구가 앞다퉈 적혀 있다. 이는 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인지, 아니면 선심성 지역 복지 사업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학령인구는 지난 10년간 100만 명 넘게 급감했는데, 교육 재정은 오히려 ‘나 홀로 호황’(실제로는 일부 교육청의 경우 오히려 –9% 적자라는 보도도 있음)을 누리는 기형적 구조가 낳은 씁쓸한 풍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날의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비전’을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라는 거대한 떡고물을 누가 더 화려하게 나누어 줄 것인가를 다투는 ‘돈 잔치’가 된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울 정도다. ​이러한 포퓰리즘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근본 원인은 법적 구조에 있다. 현재의 교부금은 학생 수의 증감과 무관하게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배분하게 되어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 규모의 성장에 따라 국세 수입은 늘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청의 ‘곳간’은 겉보기에 넘쳐난다고 보는데 정작 이 돈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쓸지에 대한 고민은 사라진 것 같다. 감사원도 지적했듯, 넘치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해 불필요한 현금 살포나 무분별한 스마트 기기 보급에 쏟아붓는 것이 오늘날 교육 행정의 민낯이다. 학생들은 줄어드는데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 모순된 상황에서, 교육감 선거는 영원히 ‘포퓰리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다. (이는 적어도 비교육계 종사자들의 눈에 비친 현실로는 그렇게 느껴진다)

 

​교육감 예비 후보들이 내거는 “모든 학생 현금 지급” 공약은 후보에 따라 편차가 큰 편으로 엄정한 의미에서 볼 때 어쩌면 그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은 아이들의 지성과 인성을 깨우고, 미래의 역량을 길러주는 ‘투자’이다. 그러나 현금 살포는 교육을 ‘소비재’로 전락시킨다. ​10만 원, 30만 원을 쥐여준다고 아이들의 창의성이 길러지는가? 입학 준비금 몇 푼이 격차를 해소해 주는가? 실제로 의도하는 만큼의 교육적 효과가 있는가? 대답은 사실 절대 그렇지 않다.

 

이는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교육은 무언가를 받는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사의 역량 강화, IB(국제바칼로레아)와 같은 탐구 중심의 교육과정 도입, 그리고 학생 개별 맞춤형 정서 학습(SEL)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으로 교육적 효능성,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더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금 살포라는 손쉬운 매혹적인 길을 택하는 후보들은 돈을 받으면 인지상정으로 찍어 줄 것이라는 낡은 사고가 아직도 견고한 것으로 정작 어렵고 고통스러운 ‘교육 체질 개선’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은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거부터 ​제도 개편의 필요성은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은 지지부진하다. 교육 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이 이처럼 풍부하다고 느끼는 예산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예산이 줄어들면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현행 교부금 체제를 사수하려는 인사들이 건재한 탓이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 개혁은 예산의 ‘총량’이 아니라 ‘쓰임새’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쌈짓돈으로 생각하여 교육 예산을 나누어 주는 교육감이 아니라, 고인 물을 썩지 않게 흐르게 할 시대적인 ‘선구자’다. 예산의 일부를 과감하게 교실의 풍경을 바꾸고,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과감하게 힘차게 물꼬를 돌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감 (보궐)선거가 지역에 따라 유권자의 20% 정도만이 참여할 정도로 ‘깜깜이’로 불리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현금성 공약은 달콤하다. 그러나 그 돈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이라 할 수 있다.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으로 이미지를 굳혀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후보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교육감은 ‘세금 분배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교육의 설계자’여야 한다.

 

​이번 6.3 교육감 선거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후보가 제안한 공약은 우리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깨우는가, 아니면 당장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한가?”라고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이 나서서 ‘현금 살포’가 아닌 ‘교육의 본질’을 묻는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교실을 ‘현금 경연장’으로 만드는 후보들을 배제하고,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을 채울 ‘진짜 교육’을 설계하는 후보를 가려내는 것, 그것이 멈춰선 교육 개혁의 시계를 다시 돌리는 분명하고 확실한 길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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