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4 (목)

이제는 학생들의 크기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할 때이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신장은 크게 증가하여 과거에 비해 괄목상대한 성장을 이루었다. 최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평균 신장은 남학생 173cm, 여학생 161.3cm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보다 3~4cm 큰 편이며 미국(남학생 174.3cm, 여학생 161.1cm)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 수치만으로는 과거 수십 년간의 영양 상태 개선과 생활 수준 향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었고, 특히 고1 남학생의 약 6%(100명 중 6명)가 소아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신장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성장’ 자체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키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즉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함께 고려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한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우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생활 습관의 변화이다. 과거에 비해 신체 활동은 줄어든 반면, 고열량·고지방 식품 섭취는 증가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운동 부족은 일상화되었고, 수면 시간 역시 줄어들고 있다. 성장기 청소년에게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와 직결되는데,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신장 성장뿐 아니라 비만과 대사 질환의 위험까지 높인다. 따라서 학교와 가정이 함께 나서 생활 습관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교 중심의 ‘생활 리셋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단순한 체육 수업 확대를 넘어 매일 최소 3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 활동을 의무화하고, 이를 출결이나 평가와 연계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또한 아침 등교 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실시해 학생들의 신체 리듬을 깨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액티브 스쿨(Active School)’ 정책을 통해 학업 성취도와 건강을 동시에 개선한 사례가 있다.

 

둘째, 학교 급식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칼로리를 맞추는 수준을 넘어, 당류와 포화지방을 줄이고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이 균형 있게 포함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히 가공식품 비중을 줄이고 신선 식재료를 활용한 식단을 확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영양 교육’을 정규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포함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건강한 식습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수면 교육과 디지털 기기 사용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다. 과도한 학습 시간, 야간 스마트폰 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수면 위생 교육’을 실시하고, 일정 시간 이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디지털 셧다운 캠페인’을 가정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이는 성장뿐 아니라 집중력과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학교 건강검진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여 체질량지수(BMI), 혈압, 혈당 등 대사증후군 관련 지표를 정밀하게 관리하고, 위험군 학생에게는 맞춤형 상담과 운동·식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보건교사와 지역 의료기관을 연계한 ‘청소년 건강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다섯째, 입시 중심 문화의 완화도 중요한 요소다. 과도한 학업 부담은 운동 시간과 수면 시간을 잠식하며,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호르몬 균형을 깨뜨린다. 이는 결국 성장 둔화와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교육 정책 전반에서 ‘건강권’을 핵심 가치로 포함시키고, 학교 평가 기준에도 학생 건강 지표를 반영하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성장 과정상에서 성인으로 이어지는 고1 학생들의 평균 신장은 한국의 경제력 총량과 불평등 정도, 복지 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청소년의 성장 문제는 단순히 키의 문제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균형과 직결된 복합적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 1997년 이후 경제 호황기를 지나며 그 이후로는 고1 남학생의 키가 겨우 3cm 정도 자랐을 정도로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인의 DNA 측면에서 고려할 때 키는 다 자란 것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것은 운동, 영양, 수면, 정신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 비로소 ‘크기’가 아닌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요즘 학교 신축 시에 운동장이 없어지고, 건물만 지어지는 비정상의 상황 등,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고려하여 지금이야말로 양적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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