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기재된 생활기록부 때문에 주요 대학 불합격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한편 교권보호대책에서는 교권침해 사실의 생기부 기재가 제외되었고, 교원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절박함은 이해할 만하다. 학폭과 교권침해는 심각한 문제고,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기부 기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일까? 오히려 누구든 다치게 하는 양날의 검은 아닐까?
우선, 생기부 기재가 문제 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문제 행동의 기재는 그것이 대입과 직결될 때만 처벌로 기능한다. 하지만 생활기록부를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전체 모집 단위의 약 30%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학폭과 교권 침해가 훨씬 빈번한 중학교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중학교 학폭 피해 응답율은 1.6%로 고등학교(0.5%)보다 높고, 교권 침해 건수 역시 중학교(2,503건)가 고등학교(942건)보다 많았다.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중학교 생기부는 사실상 억제력을 갖지 못한다. 결국 이 대책은 고교 일부 학생에게만 작동하며, 문제가 더 심각한 중학교에선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준비하는 전형이나 진로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불공정하다.
둘째, 교육기관이 학생의 진로를 좌우할 중대한 사법적 제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형사사건도 수사, 기소, 판결의 엄격한 검증을 거친다. 전문 조사 인력이나 법률 자문이 부족한 교육 기관이 내린 판단이 과연 절대적인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까? 위원회 구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근본적으로 교육기관은 심판과 처벌보다 교육과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곳이다. 교육에 투입되어야 할 예산과 인력이 사법 절차와 법률 대응에 소진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다.
셋째,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다. 생기부 기재는 교육 문제를 법적 분쟁으로 변질시킨다. 가해 측은 행정소송이나 맞고소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며, 학교 안의 작은 갈등도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합의 압박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 학교는 소송 부담 탓에 능동적인 교육적 지도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법적 대응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바뀌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교사의 교육적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법정에서 다투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생기부 기재 논쟁은 잘못된 질문에서 출발했다. '어떻게 기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예방하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완벽한 해법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 정책이어야 한다. 생기부 기재는 실효성의 범위는 극히 좁으면서도, 누가 그 범위 안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인 불공정한 제도다. 교육 문제를 법정으로 보내고, 정작 필요한 곳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 방식보다,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보호와 예방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다.
※ 본 기고문은 기고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본 언론사의 공식 편집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혁 (국어교사)
강릉 주문진고등학교 (hyukpp@daum.net)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