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목)

'왜?'를 품고 사는 아이로 키워라

'그냥'은 없다, '당연한 것'도 없다

진로·직업 특강을 다니면서 받는 질문이 있다. "그 일을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그러면 나는 늘 질문을 하나 보탠다. "여러분은 지금 왜 그 학원에 다니나요? 왜 그 학과를 준비하나요?"

 

대답은 비슷하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작은 목소리. "엄마가 시켜서요." "다들 다니니까요." "그냥요."

 

탓할 일은 아니다. 아이만 그런 게 아니다. 어른도 그렇다. 왜 출근하는지, 왜 결혼해야 하는지, 왜 그 동네에 살아야 하는지, 곰곰이 답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당연한 거니까, 그냥 하니까. 이번 칼럼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그냥'은 없다. '당연한 것'도 없다.

 

학원 등록 장면을 떠올려 보자. 가장 흔한 풍경은 부모가 먼저 등록하고 아이에게 "오늘부터 다녀"라고 통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서가 거꾸로여야 한다. 아이가 수학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글이 막힌다고 느껴서, 영어 회화가 답답하다고 느껴서, 스스로 "엄마, 이 학원 다니고 싶어"라고 말한 뒤 등록되는 게 맞다. 그래야 비싼 학원비가 제값을 한다.

 

이유와 목적, 목표를 가진 아이는 학원에 가는 자세부터 다르다. 자기가 채우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끌려간 아이는 의자에 앉아만 있다. 시간만 흐른다. 결국 돈도 시간도 함께 흘러간다.

 

이건 단지 학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부, 대학, 취업, 결혼, 출산. 인생의 굵직한 결정들 모두 마찬가지다.

 

작가 한근태는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goal가 있어야 합니다. 거기까지 가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가고 싶은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없습니다. 공부도 그렇습니다." 

 

핵심은 한 줄이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갈 수 없다. 이유 없이 시작한 길은 절대로 끝까지 데려다주지 않는다. 잠깐 갈 수는 있어도 오래 갈 수는 없다. 학원 한두 달은 견뎌도 한 학기를 못 넘긴다. 회사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다. 처음의 추진력은 누가 등 떠밀어 줘도 생기지만 끝까지 가는 힘은 오직 '내가 왜 이 길을 가는가'라는 답에서 나온다. 

 

'왜?'라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질문은 길을 잃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다시 길을 찾으라는 알람이다. 아이가 학원 가기 싫다고 말할 때 어쩌면 그건 떼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왜 다녀야 하지?'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일 수도 있다.

 

스스로 납득시킨 뒤 움직이면 두 가지가 따라온다. 후회가 줄어든다. 성취 가능성이 올라간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내가 골랐던 길이니까"라는 자기 책임감이 다음 걸음을 끌어준다. 시켜서 한 일은 결과가 나빠도 남 탓, 결과가 좋아도 남의 공이 된다. 그 어느 쪽도 본인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가. 나는 무엇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답을 가진 아이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 학원도, 학과도, 직업도, 그다음 결정도 모두 이 네 질문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우리가 아이에게 줘야 할 가장 큰 선물은 정답이 아니다. 질문하는 습관이다. "왜 그 학원이야?" "왜 그 학과야?" 다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생각해 보자고 권하는 질문이다.

 

아이가 "그냥요"라고 답할 때 그 자리에서 다그치지 말자. 대신 이렇게 말해 주자. "그냥은 없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같이 한 번 찾아보자."

 

세상은 '남들 다 하니까', '당연히 해야 하니까', '하라고 하니까'로 가득 차 있다.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른인 우리부터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이유를 가진 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떠밀려 가고 있는가.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박근필

 

[주요경력]

· 수의사
· 작가,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 박근필성장연구소 소장

· 청소년 진로 직업 특강 외 다수 출강
· 데일리벳 외 다수 매체 칼럼 연재

 

[저서]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2023)
·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 (2024)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2025)
·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 (2025, 공저)


[참고 링크]

부산 시청 주최 공무원 대상 특강

김해 청소년 진로 멘토링

인천 계양중학교 강연

저자 인터뷰 방송 출연_ONN닥터tv <이 책을 쓴 사람>

진로·커리어 강연 영상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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