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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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라지는 학교, 살아나는 지역…장흥 용산중의 '기적’

장학사·교사·마을공동체가 합작한 '함성행복배움터', 지방소멸 대응의 이정표 되다

 

전국 곳곳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학생 수 감소와 인구 절벽이 맞물리면서 교실은 비어가고 운동장에는 잡초가 자란다. 한때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던 학교의 폐교는 어느덧 ‘지방소멸’을 증명하는 가장 쓸쓸한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전남 장흥의 한 학교는 모두가 체념하던 폐교의 역사를 새로 쓰며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학생 수 감소로 초·중등 통합이 이뤄지며 문을 닫게 된 옛 용산중학교다. 여느 폐교들처럼 방치되어 지역의 폐허로 남을 뻔했던 이 공간이 지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멈춰 선 학교, '철길과 기차역' 모티브로 재탄생하다

 

이러한 반전은 장흥교육지원청의 끈질긴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공간을 어떻게 해야 다시 아이들의 공간으로 돌려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학교가 비게 되면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사람의 발길이 끊기며 건물이 빠르게 노후화된다. 그러나 장흥교육지원청은 학교 통합이 논의되던 시기부터 교사, 마을교육공동체,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역과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폐교를 어떻게 지역의 자산으로 되살릴지 수년간 논의한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함성행복배움터'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건물만 재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더 이상 이곳을 '문 닫은 학교'로 기억하지 않는다. 배움터 곳곳은 기차역과 철길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어 꾸며진 공간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배움이라는 열차에 올라탄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실제 철길 형태로 조성된 길을 따라 하교한다. 한때 학생이 떠나며 멈춰 섰던 공간이, 이제는 아이들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시작점'이 된 셈이다.

 

 

"폐교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는 살아있는 교육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 장흥교육지원청-

 

 

책 읽고, 웹툰 그리고, 쿠키 굽고… 지역 전체가 교실이 되다

 

함성행복배움터의 교육 프로그램 역시 기존의 틀을 깨뜨린다. 이곳의 교육은 단순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정적인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은 책을 읽은 뒤 자신만의 책을 직접 제작한다. 등장인물을 새롭게 해석해 그림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웹툰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읽은 내용을 토론하고 글로 옮기며 스스로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은 교실 밖 오감 체험으로도 확장된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쿠키를 굽고 제빵 활동을 하며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시각화·미각화 한다. 독서가 손끝의 창작으로 이어지고, 상상이 실제 결과물로 탄생하는 융합 교육의 현장이다. 이 과정의 숨은 주역은 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다. 제과·제빵 전문가, 문화예술 활동가, 독서교육 강사 등 지역의 인재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수업을 이끈다. 학교 안에서만 갇혀 있던 교육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가 교육의 주체로 나선 구조다. 현재 이곳에는 장흥 관내 곳곳의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 수 부족으로 개설하기 어려웠던 깊이 있는 문학·예술 교육이 이곳에서는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에듀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이동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올해 처음 시작된 프로그램임에도 이미 수백 명의 학생이 다녀갔을 만큼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학생들이 떠나던 공간이, 이제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완벽히 반전되었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무엇보다 이 경이로운 변화는 특정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 사업을 기획한 장학사의 끈질긴 집념이 출발점이었지만, 그 길에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겹겹이 쌓였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했고, 마을 강사들은 장기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도왔다. 지역 주민들 역시 폐교를 '지역의 짐'이 아닌 '새로운 자산'으로 바라보며 힘을 보탰다. 누군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인솔하고, 누군가는 수업을 진행하며 모두의 손길로 멈춘 학교를 다시 살려낸 것이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인구 숫자의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가 사라지며, 결국 공동체가 해체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기에 지역을 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을 살리고 연결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장흥교육지원청이 보여준 사례는 단순한 시설 재활용을 넘어, 학교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교육을 통해 공동체를 묶어내는 ‘지역 생존의 이정표’와도 같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폐교를 노인 복지시설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은 이 공간에 계속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져야만 지역의 미래도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을 꺾지 않았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오늘도 은빛 철길을 따라 걸어나간다. 한때 멈춰 설 뻔했던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꿈을 쓰고,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 그 활기찬 풍경은 어쩌면 장흥이 꿈꾸는 미래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 폐교를 바라보며 끝을 이야기하는 대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 사람들. 그들의 오랜 고민과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다. 사라지는 학교를 바라보며 지역의 쇠퇴를 격정하는 이 시대, 장흥의 작은 폐교는 지금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함성행복배움터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명랑한 웃음소리로 증명되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김범동 기자 kbd@ked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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