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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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금지법’과 ‘AI 교과서’의 모순된 동거, 해결책은 무엇인가?

​2026년, 우리의 초·중·고 교육 현장은 거대한 역사적 실험의 장이 되었다. 교육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두 가지 정책이 올해 3월 1일을 기해 동시에 전국 학교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하나는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교내 스마트폰 금지법)’의 본격적인 시행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수학·정보를 시작으로 전 학년 확대를 노리는 ‘AI 디지털교과서(AIDT) 및 AI 중점학교’의 본격적인 확산이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평생 교단을 지켜온 원로 교육자인 필자의 눈에, 2026년의 이 상황은 참으로 기묘하고도 사유를 촉발하는 모순으로 다가온다. 아침 등굣길에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니 스마트폰을 꺼라”며 법의 제재를 들이대고, 1교시 수업 종이 울리면 “미래 인재가 되어야 하니 태블릿 PC를 켜고 AI에 접속하라”고 독려하는 이 숨 막히는 엇박자, 이것이 바로 2026년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핫(hot)’한 뉴스이자, 우리 교육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기술을 막아야 하는가, 아니면 기술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가? 이 이분법적 혼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와 정신 건강을 동시에 구출해 낼 획기적인 묘책은 무엇인? 이 글에서는 이 거대한 모순의 실타래를 분석하여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스마트폰 금지법의 배경을 살펴보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가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는 것을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통신의 자유 침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2024년 말, 인권위는 10년 만에 “교내 휴대폰 제한은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며 전원위원회 10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판단을 뒤집었다. 현장 교사들의 통제 불능 선언과 교권 추락의 위기감이 법조계와 인권위의 두꺼운 벽을 깨뜨린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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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연구팀이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대폰 금지 이후 학교의 전체 평균 성적이 6.4% 상승했음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평소 성적이 저조했던 하위권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무려 14%나 향상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웃픈 통계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스마트폰은 평등하게 아이들의 영혼을 쏙 빼놓지만, 그 피해는 오롯이 스스로 통제력이 부족한 약자(하위권 학생)들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법으로 폰을 뺏었더니 교실에 ‘작은 농담과 웃음, 그리고 친구들의 눈빛’이 돌아왔다는 현장 교사들의 증언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쪽에서 불가피하게 몰려오는 ‘AI 대전환’의 파도이다. 교육부는 올해도 전국 1,141개교를 ‘인공지능(AI) 중점학교’로 선정하고 2028년까지 2,000개교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교육부 2026년 주요 업무계획 및 ‘인공지능 중점학교 운영 촉진안’)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교실에 들어와 아이들 각자의 진도를 맞추어 주는 소위 ‘맞춤형 학습’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서 잠시 유쾌한 상상을 해보자. 스마트폰을 압수당해 입이 댓 발 나온 학생이, 수업 시간에 학교가 나눠준 최신형 태블릿 PC를 열고 AI에게 말을 건넨다. “AI 비서님, 2차 방정식 근의 공식 좀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줘.” 그러면 AI는 0.1초 만에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완벽한 정답을 대령한다. 학생은 감탄을 연발한다. “와, 우리 수학 선생님보다 훨씬 친절하고 빠르네!”

 

​바로 이 순간이 무서운 함정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집중력’을 앗아갔다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AI 교육은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뇌 근육)’을 박탈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만 하면 정답을 제공하는 완벽한 기계 앞에서, 아이들은 굳이 고통스럽게 추론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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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6년의 교실은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산만하게 만드는 아날로그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멍청하게 만드는 디지털 AI 기기를 쥐여주는’ 기막힌 모순된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 교육 대변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기술의 종속자가 아닌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어야 한다. 이에 교육 현장에 즉시 도입해야 할 두 가지 획기적인 대응책을 제안해 본다. ​첫째, ‘디지털 웰빙(Digital Wellness) 시간제’ 법제화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신체를 가진 존재다. AI 디지털 교과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수업 시간의 최소 30%는 ‘스크린 오프(Screen-Off)’ 시간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태블릿을 끄고, 짝꿍의 눈을 바라보며 토론하고, 종이책에 연필로 서걱서걱 문제를 푸는 ‘아날로그적 촉각의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즉, 폰을 압수하는 소극적 금지를 넘어, 학교 안에서 ‘디지털을 안전하게 끄고 켜는 법’을 가르치는 철저한 ‘디지털 웰빙 소양 교육’이 학칙에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평가 패러다임을 ‘정답’에서 ‘질문’으로 180도 전환해야 한다. AI가 답을 다 찾아주는 시대에, 기존의 4지 내지 5지선다형 시험이나 단순 지식 암기식 수행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교사는 ‘누가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이고 심오한 질문을 던졌는가’, ‘AI가 준 오류 있는 답변을 인간의 비판적 사고(AI 리터러시)로 어떻게 검증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즉, 평가의 무게중심을 ‘결과’에서 ‘과정’과 ‘질문’으로 완전히 이동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의 역할 역시 단순 지식 전달자에서 AI를 올바르게 통제하도록 돕는 ‘인생의 멘토이자 학습 코치’로 빠르게 역할 변경 해야 한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미래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미지이며,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다”라고 했다. ​2026년 대한민국 교육이 마주한 ‘스마트폰 금지’와 ‘AI 도입’이라는 두 방향의 길은, 결코 서로 충돌하여 파국을 초래하는 외나무다리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금지함으로써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과 집중력’을 회복하고, 그렇게 확보된 정신적 여유 공간에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주도적 역량’을 심어준다면, 이는 대한민국 공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격상시킬 최고의 시너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교문에서 스마트폰은 빼앗길지언정, AI라는 거대한 대양 앞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뇌의 주권’만큼은 결코 빼앗기지 않는 당당한 아이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위대한 반전의 서막을 우리 교육자들이 치밀한 균형감각과 용기 있는 시스템 개혁으로 열어가기를 간곡히 기대해 본다. 단언컨대, 진짜 멋진 위대한 교육은 기계가 아닌, 여전히 인간 교사의 다정한 눈빛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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