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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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보다 상황을 바라보는 유연함

바쁜 일정에 몸살이 났고, 눈을 떠보니 예상보다 늦어진 출근 시간을 알아차렸다.

아이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준비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지하철을 놓치고 말았다.

 

하나를 놓치면 다음 차를 꽤 기다려야 하기에 평소 같으면 다음 차를 기다리는 그 시간에 자책하던 터였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어찌하겠는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자책의 시간을 수용의 시간으로 삼아보기로 했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수용하고,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써보기로 했다.

 

그 순간 자책으로 빠져있었으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 근처에 좋아하는 빵집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아침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나에게 몇 분 늦은 아침 시간이 갓 만든 샌드위치가 나오는 시간이 아닌가. 그 덕에 맛있는 샌드위치를 사서 차를 기다릴 수 있었고 목이 말라 지나가는 길에 산 커피가 하루의 활기를 더해주었다. 잘 먹고 여유가 생긴 탓일까? 내려서는 학교까지 달려 늦지 않고 도착했다. 잘 먹고 땀이 날 정도로 달리기를 해서 그런지 몸살 기운도 한결 나아져 있었다.

모두 살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 힘이 들어갔을 때 일이 더 풀리지 않았지만, 흘러가는 대로 수용했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길을 발견했던 경험 말이다.

 

우리가 삶에서 괴로움을 겪는 순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황보다는 상황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마음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할수록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야 한다는 경직성에 빠진다. 하지만 통제할수록 상황은 더 어긋나고, 어긋나는 상황에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려 할수록 감정은 우리를 더 크게 집어삼킨다. 이처럼 통제와 회피는 마음을 더 경직되게 만들고, 경직된 마음에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열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헤이즈가 말하는 '심리적 유연성'이 바로 그 열쇠가 된다. 상황보다 마음의 유연한 태도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이 유연성의 핵심에는 수용이 있다.

수용은 포기나 체념이 아니다. 지금 내 앞에 일어난 고통을, 그리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불편한 생각과 감정에게 의도적으로 마음의 공간 한켠을 내어주는 용기가 필요한 능동적인 행위다. 불안이 찾아왔을 때 억지로 밀어내는 대신, 그저 알아차리고 잠시 머물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리를 내어주면, 그것들은 이내 손님처럼 머물다가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하지만 문고리를 움켜쥔 채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면, 그것들은 언제고 기를 쓰고 문을 부수듯 밀고 들어오려 한다.

 

경직된 마음에서는 문제를 ‘나’ 자체와 동일시하게 되지만, 유연한 마음에서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경직된 마음에서는 시야가 좁아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유연한 마음에서는 다른 선택지와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 상태는 어떠한가?

경직된 마음으로 눈앞의 일들에 일희일비하며,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자기 안의 경직된 이야기들과 싸우고 있지 않은가?

몸을 유연하게 스트레칭 하듯, 마음의 빗장도 때때로 유연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나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도 그저 기꺼이 안아주는 마음의 유연함이야말로 거친 세상을 지혜롭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이다.

 

 

<참고문헌>

Ciarrochi, J., Bilich, L., & Godsell, C. (2010). Psychological flexibility as a mechanism of change in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ssessing mindfulness and acceptance.

Hayes, S. C. (2004).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Relational Frame Theory, andthe third wave of behavioral and cognitive therapies. Behavior Therapy, 35, 639-665.

 

 

 

 

김선엽 칼럼니스트 

 

[주요경력]

· 교사/심리학 박사

· 한국상담학회 1급 전문상담사(수련감독자 No.1418)

· 대한명상의학회,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MSEG seed teacher

· 하루명상 하루티처

· 교육부 사회정서성장지원과 학생마음건강정책 자문위원(2024-2025)

· 분당차병원 신경과 기억력센터 인지행동치료 연구원(2019-2021)

· 한국인지행동치료상담학회(2025), 대한 명상의학회(2025), 대한신경정신의학회(2026) 연자발표

· 전문가 대상 인지행동치료 및 마음챙김강의, 교사 1정 연수, 부모 강연, 기업 강연 등 출강

· 교육부 장관상(2024), 경기도 교육감표창(2024)

 

[저서]

· 나는 충분히 괜찮은 엄마입니다 (2024)

 

 

 

 

[참고 링크]

EBS 뉴스브릿지 https://youtu.be/7RjaVp_NOS0?si=6300Xv5AB3pY4UyH

 

 

 

KBS 생로병사의 비밀 https://youtu.be/B9Bp58byFHA?si=zvde7J76exQCZSvv

 

 

 

EBS 뉴스 12 https://youtu.be/BGylIBVJecw?si=2DdESrx4vszESn4u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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