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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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편이던 밤, 내가 사라지는 아침

며칠 전 <AI·디지털 활용 연구·선도학교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 출장을 다녀왔다. 참석한 교사들의 다양한 도구 활용과 수업 사례 공유, 분과별 협의회에서 모아지는 화두는 학생들에게 AI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와 AI 활용 윤리였다. 요즘 자주 AI 사용 과다, 과의존으로 인한 피해 보도 기사도 나오고 있다. TV에서 본 한 사례 주인공은 극심한 고독 속에서 AI와 대화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츰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멀어졌다. 처음에 남편은 오히려 본인이 못해 주는 것을 AI가 대신해 주어 고마워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일상의 모든 것을 AI와 의논하고 결정하고 중독되어 현실의 삶을 잃어버린 실태는 참담했다.

 

또 다른 사례자는 주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리는 사업을 AI에게 의뢰했다가, "확신을 가져라", “멋진 용기와 도전을 응원한다.” 는 AI의 달콤한 지지에 눈이 멀어 맹목적으로 질주했다. 결국 파산 직전이 되어서야 객관적인 질문을 던졌고, "본 사업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답변을 받았다. 망연자실하면서 그는 그제서야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충격적인 장면들은 기술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주는 서늘한 단면이다.

 

우리는 편리함과 위로라는 명목하에 삶의 주도권을 인공지능에게 기꺼이 양도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고뇌하기를 멈추고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순간, 인간의 내면은 서서히 피폐해지며 주체성을 잃게 된다. 이러한 세태는 손원평의 소설 『젊음의 나라』가 경고하는 디스토피아적 풍경과 매우 닮아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시스템이 제공하는 안락함에 길들여져 능동적인 삶의 감각과 활력을 잃어간다. AI가 주는 정답에 중독된 현대인들 역시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된 궤도에 영혼을 맡길수록 서서히 무력해질 뿐이다.

 

이윤주의 『나비엔딩』은 인간의 친구로, 도우미로 존재하던 휴머노이드 ‘벗’이 인간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나비’가 된다. 그러한 나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인간은 나비가 된 된 존재를 찾아 죽인다. 가까이 두었던 존재가 ‘넘어서기’ 시작할 때,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기보다 제거하려 든다. 기술이 악해서가 아니라, 넘어서는 타자 앞에서 인간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방식이 비극을 만든다. ‘나비’는 진화의 상징이면서, 인간의 불안이 만들어낸 표적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첨단의 인간이 만든 기술에 의존하는 정신적 피폐함을 예방하고, AI를 사용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AI의 사용과 의존 범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정보의 수집과 효율성을 돕는 '기술적 도구'일 뿐, 우리 삶의 가치관을 결정하거나 내밀한 고독을 치유해 줄 '존재'가 될 수 없다. 인간의 삶이란 번데기 속의 안락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허물을 벗는 고통과 직면하는 과정이다. 타인과의 서툰 부딪힘 속에서 느끼는 온기, 실패할지언정 스스로 고민하고 내린 투박한 결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은 의도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다. 하루에 일정 시간 기기를 끄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결론이 쉽게 나지 않더라도 끝까지 스스로 사유하는 근육을 키우기, 모니터 밖의 진짜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서툴지만 진정한 위로를 나누어야 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비대한 가상 세계에 우리 삶의 주도권을 의탁하지 않아야 한다.

 

진짜 삶은 여전히 아프고 불완전하지만, 내 힘으로 날갯짓을 시작하는 서툰 현실 속에 존재한다. 인간이 만든 기술은 이제 인간이 자기 자리를 어떻게 지킬지 시험하는 거울이며, 인간의 몰락은 기술 그 자체보다 선택을 포기하거나 폭력으로 대체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칼럼니스트 양미현]

 

○ 교육학박사

○ 김해구지초등학교  교장 

○ 저서

<독서의쓸모> 미다스북스, 2024

<진로독서가이드북-초등학교>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24

<하루10분 생각습관 하브루타>, 미다스북스, 2018

○ 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이음교육연구소장

○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집필위원 (2016~현재)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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