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의 학교는 ‘대적반란(大寂反亂)’ 중이다. 교실 문을 열면 때로는 전등불을 켜지도 않은 채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모두 도를 닦으며 수행 중인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모두 고개를 45도 숙인 채, 영혼을 스마트폰 블랙홀에 저당 잡힌 모습이다. 선생님이 “얘들아” 하고 불러도 돌아오는 건 무음의 메아리뿐이다. 가히 ‘액정 화면 속의 무릉도원’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이제는 국가가,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내 스마트폰 수거를 골자로 한 ‘폰 프리(Phone-Free) 스쿨’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뜻이다. 왜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시간을 12년 전으로 돌려보겠다. 여기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보청기’ 오판과 글로벌 트렌드의 ‘역주행’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2014년, 대한민국 인권위는 “학교에서 학생의 스마트폰을 일괄 수거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의 취지는 숭고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학교 현장에 ‘스마트폰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었다. 그 사이 세계적인 교육 선진국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권위가 ‘인권’을 외치며 문을 열어줄 때, 지구 반대편 선진국들은 ‘학습권과 정신 건강’을 위해 빗장을 걸어 잠갔던 것이다.
세계 인권의 상징국인 프랑스(2018년~)는 초·중학교 내 스마트폰 소지 및 사용을 법으로 전면 금지했다. 이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조치였다. 영국 (2024년~)은 어떤가? 영국 정부는 모든 학교에 일과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하달했다. 당시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은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스크롤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의 경고(2023년) 또한 이런 결단을 뒷받침한다. 유네스코는 “글로벌 교육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리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전 세계 학교에 스마트폰 금지를 강력히 권고했다.(UNESCO, ‘2023 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에서)
상황이 이쯤 되자 대한민국 인권위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작년(2025년), 인권위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학교 내 스마트폰 제한이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전향적인 판단을 내렸다. 11년 만에 자신들의 오판을 바로잡은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그 고집스러운 11년 동안 우리 아이들의 뇌는 팝콘처럼 튀겨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 최고 경영자인 대통령의 ‘교육 인식’은 어떤가? 역시 스마트폰 OS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늘 교육 문제를 언급할 때 ‘과도한 경쟁 구조의 완화’와 ‘다양성 확보’를 단골 메뉴로 꺼내 든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보기에 이는 조금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현재 대한민국 학교 교육을 붕괴시키는 가장 날카로운 비수는 ‘입시 경쟁’만이 아니다. 밤새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느라 충혈된 눈으로 등교해, 수업 시간에 유령처럼 앉아 있는 ‘스마트폰 중독’이 진짜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AI 교육을 외치기 전에, 아이들이 아날로그적인 소통 능력과 집중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 순위다.
그동안 스마트폰이라는 도파민 자판기를 손에 쥐여준 채 “경쟁을 줄여줄 테니 창의적인 인재가 되거라”라고 하는 것은, 마치 아이에게 무제한 뷔페 이용권을 주면서 “비만을 조심하라”고 속삭이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이제 대통령의 인식이 바뀔 때가 되었다. 교육 문제는 단순한 복지나 노동 시장의 연장선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신적 기초 체력을 다지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제 획기적인 국정 과제로의 연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정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디지털 디톡스, 코리아’를 위한 3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 차원의 ‘초·중·고교 내 스마트폰 전면 금지법’ 제정이다. 시도 교육청이나 개별 학교의 교칙에만 맡겨두면 학부모의 민원과 학생들의 반발로 현장은 늘 진흙탕 싸움이 된다. 프랑스나 영국의 사례처럼 국회가 법안을 발의하고, 정부가 이를 강력히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 학교만 유별나게 왜 이래?”라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 일관된 룰(Rule)을 적용해야 한다. 등교 시 수거, 하교 시 반환은 이제 기본 값(Default)이 되어야 한다..
둘째, ‘오프라인 연결’을 위한 체육·문화 예산의 파격적 투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뺏었다면, 그 손에 다른 것을 쥐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폰을 붙잡는 이유는 외롭고 심심하 주된 이유다. 방과 후 교실을 전면 개편하여 체육, 연극, 악기 연주, 목공 등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활동에 국가 예산을 전폭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즉, 폰 안의 아바타를 키우는 대신, 자신의 진짜 신체와 감각을 키우는 재미를 맛보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학부모 디지털 리터러시’ 국가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학교에서 아무리 막아도 집에서 부모가 스마트폰을 방치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영유아 검진이나 학부모 상담 시, ‘자녀 스마트폰 지도법’ 이수를 의무화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가정과 학교가 동시에 스크린 타임을 줄여나가는 범국민적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을 국정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어느 교육학자는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전 세계를 연결해 주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옆에 앉은 친구의 눈빛은 지워버렸다” 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해묵은 과오가 바로잡혔고, 경기도교육청이 깃발을 들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강력한 추진력과 결단이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는 것은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의 노예로 방치하는 것이다. 진정한 인권과 교육은 아이들이 화면 밖의 진짜 세상과 연결될 때 시작될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 세대의 무너진 집중력과 무뎌진 감성을 구출하기 위해, 이제 정부가 전면에 나서 길 바란다. 아이들의 꺼진 화면(Screen-Off)이, 대한민국 교육의 밝은 미래(Future-On)를 켜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