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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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연대를 위해 ‘존경 따위는 넣어둬’

최근 무너진 교권과 위태로운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가상의 특별 교육 기관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위 사이다 결말에서 느껴지는 통쾌감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은 높아졌지만, 교육 문제는 해결 과정과 방법도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드라마 결말과 상관없이 오늘도 전쟁터와 같은 학교에 출근한다. 교무실 문을 열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교사 ○○○’라는 이름표를 바라보며 자리에 앉는다. 그 이름표는 수시로 우리의 정체성을 일깨워주지만, 때로는 숨을 턱 막히게 하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척박해진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 뒤에 따라오는 무게를 견디다 보면, 어느덧 퇴직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365일 퇴직 대기자’가 된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정년퇴직한 장정희 선생님의 「존경 따위 넣어둬」는 그런 우리의 고단한 어깨를 가만히 다독인다.

 

우리의 일과가 그렇듯 이 책의 목차는 1교시로 시작해서 6교시로 마무리된다. 시간표에 맞춰 학생들을 만나고 수업을 이어가는 교사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성적과 입시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개성과 재능이라는 씨앗을 숨긴 채 살아가는 학생들, 그 곁에서 몸과 마음을 소진해 가며 견디는 동료 교사들의 안쓰러운 얼굴이 겹친다.

 

거친 바닷속에서 필사적으로 잠수를 버텨낸 뒤, 물 밖으로 나와 내뱉는 해녀의 숨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숨비소리가 필요하다. 저자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거친 교직 생활의 수압을 견디게 해준 숨비소리였다. 나의 숨구멍은 어디에 있는지, 숨비소리는 언제 내 봤는지를 생각하며 길게 숨을 내쉰다.

 

논밭으로 향하는 농부의 발길이 설레는 이유는 자신의 발소리를 듣고 곡식이 자란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라는 문장을 읽으며, 교실 구석에서 잠을 자거나 세상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던 학생들을 떠올렸다. 다양한 생명이 자라고 있는 학교라는 논밭에는 잡초가 없다. 각각의 생명이 가진 고유한 이름을 모를 뿐이다. 그 풀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햇빛과 비, 바람, 온도가 되어 주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힘든 6교시처럼 책의 후반부에서는 학교 폭력, 소년범, 헬리콥터 맘, 성소수자 문제 등 오늘날 학교가 마주한 가장 뜨거운 감자들을 다룬다. 단순한 이론적 대안이 아니라, 수십 년간 교단에서 학생들과 살을 부대끼며 얻어낸 현장의 지혜를 엿보게 된다. 자극적인 사건 뒤에 숨겨진 학생들의 어려움과 그늘진 사회 구조를 꿰뚫어 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 교육계에 유용한 나침반과 지도를 제공한다.

 

책 제목인 ‘존경 따위 넣어둬’는 결코 냉소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교사를 도덕적 표상으로 가두려 하는 사회적 시선으로부터의 해방 선언이다. 교육자이기에 존경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학생들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 이제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기보다는 학생들의 숨비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다정한 농부’가 되어야겠다.

 


 

 

칼럼니스트 김형중

 

“봄꽃을 닮은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솔 향기를 닮은 학교 숨소리를 좋아한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것을 가장 큰 보람이자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 독서·토론·논술 교육 강사, 대입 자문위원 및 논술고사 검토 위원, 고교학점제 및 2022 개정 교육과정 연수 강사,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교사 연수 연구위원 및 독서력 진단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교육과 삶이 하나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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