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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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빵의 추억

새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교정에 들어서면 짙은 나무그늘이 먼저 반겨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교정의 나뭇가지들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다. 어느덧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늘 활기찼던 학교도 서서히 긴장이 풀리듯 조용히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점심시간이 지나고 매점 앞에 진을 친 학생들을 볼 때면, 한창 먹고 싶은 게 많고 식욕도 왕성한 아이들의 생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의 여고 시절이 불쑥 소환된다.

 

학교급식이 없던 그 시절, 우리는 매일 도시락을 최소 두 개씩은 싸서 다녀야 했다. 점심 도시락은 당연하다는 듯 3교시가 끝나기가 무섭게 까먹기 바빴고, 저녁용으로 싸 온 도시락마저 오후 3시쯤 출출해지면 이미 뱃속으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러니 야간 자율학습(야자)이 시작되기 전, 다시 매점으로 몰려가 컵라면을 먹는 일은 흔한 일상이었다. 가방 안에서 김치통 국물이 쏟아져 내내 김치 냄새가 진동하던 교실 풍경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너무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용돈이 넉넉지 않아 어떤 날은 둥글고 커다란 '보름달빵' 하나로 저녁을 대신하기도 했다. 거기에 바나나우유 하나를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꿀맛이었다.

 

 

요즘 아이들도 야자를 한다지만, 전교생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켜고 교실을 지키던 우리 때와 달리 지금은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학교에 남아 석식을 먹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풍족해진 시대라지만, 문득 이 매끄러운 풍경 뒤편에 '형편이 어려워 밥을 굶는 아이들은 없을까?' 하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한창 자존심이 강하고 내색하기 싫어하는 나이인데,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내비치기가 어디 쉽겠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앓이를 하고 있을 이 아이들을 세심히 보살펴주는 온정 깊은 선생님들의 손길이 늘 곁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누군가의 작은 베풂이 한 사람에게 온기로 전달되고, 그 사랑을 받은 아이가 자라나 또 다른 이에게 온기를 전하는 선한 영향력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가 처한 상황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짐처럼 느껴지는 청소년기에는 주변 친구들의 형편이 다 좋아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어보니 알겠더라. 보통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그늘을 지닌 채, 결국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마주한 아픔이 너무 커서 어디에도 꺼내지 못하고 혼자 울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와 비슷한 마음으로 걷고 있는 친구가 반드시 곁에 있다고. 나 빼고 다들 잘사는 것 같다는 '박탈감'보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비슷한 무게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동질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치기 쉬운 여름날, 우리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여름방학을 보낸 뒤 한 뼘 더 성장한 얼굴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칼럼니스트 이보하

 

2025년 계간문예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누구나 쉽게 일상의 글감을 찾아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글 작가이자,

1인 출판 및 문화 브랜드를 지향하는 '부길따(Bookiltta) 북클럽'의 대표이다.

글쓰는 N잡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세상의 모든 평범한 하루가 글이 되는 따뜻한 기적을 전파하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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