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9 (수)

닫기

지식에 가치를 더해 공동체와 미래로… 양현고등학교가 일구어낸 ‘지속가능한 교육 기적’

교직원의 자발성, AI 디지털 에듀테크 융합, 그리고 지역과 상생하는 자율형 공립고 2.0 모델 현장을 가다

 

“교장이나 교감의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이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학교의 진정한 저력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가치를 납득하고 애교심을 가질 때 발휘됩니다. 학업 성취에만 치우친 기계적 인간이 아닌, 세상을 읽어내는 분별심(分別心)과 살아가는 힘을 지닌 도전적 인재를 기르고자 합니다.”

– 양현고등학교 이원형 교장

 

전북 전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양현고등학교는 단순한 입시 위주의 명문고 패러다임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개교 초기부터 이어온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성공적인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전북내 교육 변화의 중심인 ‘AI 디지털 선도학교’와 ‘자율형 공립고 2.0’ 지정을 동시에 이뤄내며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의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다.

 

11년 차 시스템의 힘, 사람 중심의 수평적 리더십

양현고등학교가 수많은 공모 사업과 교육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용하는 근본적인 힘은 탄탄히 정착된 ‘시스템’에 있다. 개교 이후 초대 김갑식 교장, 2대 김영태 교장, 3대 이종혁 교장을 거치며 탄탄한 토대를 닦아왔으며, 공모 교장으로 부임한 이원형 교장과 교육 장학사 출신의 행정 전문가인 교감의 디테일하고 따뜻한 가교 역할이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가 축적해온 혁신 역량이 우연이나 특정 개인의 역량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관리자나 담당 교사가 바뀌더라도 늘 동일하게 높은 수준의 교육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였습니다.”

– 양현고등학교 이원형 교장

 

보통 학교 현장에서는 관리자가 대외 사업을 따오면 교사들이 업무 과중을 이유로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갈등을 빚기 마련이다. 그러나 양현고는 일방적인 지시형 리더십을 철저히 배제한다. 어떠한 기획이나 공모 사업이 접수되더라도 교직원에게 충분히 가치를 설명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설득 과정을 거친다. 이에 공감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타 학교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양현고만의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냈다.

 

 

에듀테크와 교원 공동체가 일군 미래형 교수학습: AI 디지털 선도학교

최근 전국적으로 디지털 교과서 및 에듀테크 적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양현고의 에듀테크 활용은 단순한 '사용을 위한 사용'이 아닌 '수업의 내실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 전문적 교사 학습공동체 ‘양현 별도시’: 수석교사를 주축으로 매달 2회씩 Canva, 미리캔버스, 생성형 AI 도구 등을 실질적으로 다루며 수업과 평가에 어떻게 도입할지 자율적으로 연구한다.

  • 소프트웨어(S/W) 중심의 고밀도 기획: 교육부 주관 ‘AI 융합형 디지털 교실’ 구축 사업(1억원 규모 예산 지원) 선정 과정에서 하드웨어 장비 구매 위주의 계획안이 아닌, Google Workspace 및 패들렛 기반 디지털 포트폴리오 활용과 융합 교육과정 운영안을 탄탄하게 제시하여 교육 당국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 현장 맞춤형 자체 솔루션 개발: 학교는 뛰어난 기술 역량을 가진 교직원들에게 최상위 유료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지원하며, 교직원들은 모의고사 입체 분석 프로그램이나 수학여행 안전관리를 돕는 QR코드 모바일 출석 체크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국제 표준 교육을 향한 도약: IB DP 인증과 평가 혁신

양현고 교육 혁신의 하이라이트는 2028년 IB DP(국제바칼로레아 학위 프로그램) 인증학교 전환을 향한 체계적인 로드맵에 있다. 단순한 시험 대비 교육을 넘어,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개념 기반 수업’으로 공교육의 체질을 개혁하고 있다.

  • IB 연계 수업 및 평가 체계 구축: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양현 별도시)를 중심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IB 프레임워크와 결합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GRASPS 모형 기반의 서·논술형 및 구술형 수행평가와 객관적인 절대평가 루브릭을 공동 개발해 실질적인 평가 혁신을 이뤄냈다.

  • ATT(교수 접근법) & ATL(학습 접근법) 내재화: IB 사명선언문 수립을 시작으로 교실 내에서 교사는 질문 중심의 수업을 설계하고(ATT), 학생은 사고·소통·연구 역량을 기르는 학습(ATL)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2028년 IB DP 인증에 맞춘 단원 설계(Unit Plan)와 내부 평가(IA) 준비로 직결된다.

  • 수능과 IB의 선순환 결합: 정답만 외우는 오지선다형 평가에서 벗어나 논리적 서술과 주관적 탐구를 정규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수능의 고차원적 사고력 문제 대비와 글로벌 학술 역량을 동시에 함양하는 독보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공교육 혁신의 돌파구, 자율형 공립고 2.0 모델 구축

자율형 공립고 2.0 모델의 핵심은 학교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닌, 지역 인프라와의 ‘정주성 연계’다. 양현고는 한국식품연구원, 국민연금공단, 전북대학교 등 지역 내 주요 공공기관 및 대학과 강력한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문 역량을 정규 교육과정 내부로 과감히 들여왔다.

 

  • ‘지역사회 진로탐구 1·2’ (고시 외 과목): 2학년 학생 전체(261명)를 대상으로 화요일마다 운영되며, 인공지능, 반도체, 약학, 생명과학, 법학 등 18개 세부 전공 강좌로 세분화되어 외부 전문가와 함께하는 맞춤형 진로 수업을 제공한다.

  • 첨단 장비 활용 ‘교과 융합 캠프’: 연 2회(7월/10월) 개최되는 캠프를 통해 학생들은 PCR(유전자 증폭) 장비나 AI 의료영상 분석 프로그램 등 연구소 수준의 첨단 장비를 직접 다루며 실증 중심의 자율 연구(R&E)를 경험한다.

 

외부 전문가가 단순 특강을 넘어 정규 수업을 함께 꾸리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진정한 상생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교과서 속 지식을 실제 사회와 연결하며 진로를 구체화하고 있다.

 

‘신인류 프로젝트’와 독서 기반의 탐구 학업 체계

양현고 교사진은 제주 지역의 우수 명문고를 직접 답사하고 분석하는 연구 활동을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지적 깊이를 책임질 독자적 학업 체계인 ‘신인류 프로젝트’를 고안하여 교육과정에 편제하였다.

 

대상 학년 프로젝트 단계 주요 활동 및 세부 목표
1학년 고독 (苦讀) 고전 및 철학적 깊이가 담긴 양서를 정독하며 인문학적 기초 체력을 기르는 독서 과정
2학년 해독 (解讀) 독서 내용을 자신의 진로 및 사회 현상과 접목하여 다각적인 맥락으로 해석하는 과정
3학년 탐독 (耽讀) 키워드를 연계하여 스스로 학술적 탐색을 수행하고, 최종 탐구 보고서를 도출하는 완성 과정

 

단절 없이 3개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양현고의 탐구 학습 체계는 매년 1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결과물을 대외에 선보이는 학생 주도 R&E(Research & Education) 전시회와 협약기관 연계 멘토링을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문·무·예(文·武·藝)가 조화로운 전인 교육과 건강한 공동체

 

양현고의 교육은 비단 성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들이 건강하게 신체를 단련하고 내면의 결핍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다채로운 자치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 지리산 등반 챌린지 (武): 교사의 강요가 아닌, 학생 자치회가 3회차에 걸쳐 한 달간 직접 기획하여 1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등정에 성공했다.

  • 새만금 불우이웃돕기 마라톤 (德): 총 42명의 학생이 마라톤 풀·하프 코스에 도전하며 불우이웃 돕기 기금 챌린지를 연계해 공동체적 이타심을 몸소 배웠다.

  • 복도 미술 갤러리 (藝): 교내 미술 교사의 헌신적인 지도로 학생들이 직접 창조해낸 고품격 미술 작품들이 상시 복도를 장식하며 학교 전체를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학교 1·2층 유휴 공간 역시 '학습 공유 및 실천 확산 플랫폼'으로 재구성되어 학생들의 창작과 교류를 돕고 있다.

 

잡음 없는 학부모 안내 체계와 교직원 간의 ‘원팀(One-Team) 신뢰’

혁신도시 특성상 자녀 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히 높고 민원이 빈번히 제기되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양현고에서는 큰 갈등이나 민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비결은 ‘정직하고 완벽한 선제 안내’ 프로세스에 있다.

학교 행사가 있다면 아주 작은 변화라도 학부모들에게 미리 상세하게 수차례 예고하고 사전에 의견을 폭넓게 조율한다. 학교 측이 선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진정성 있게 설득함으로써 갈등의 씨앗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행정실, 교사, 급식실 실무사 등 모든 직종이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 있다. 교내 워크숍에 급식실 종사자들까지 기꺼이 동행하고, 행정실 직원이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선생님들이 도전적인 공모 사업을 따오시면 행정실 직원들은 기쁘게 서포트합니다”라고 말할 정도의 이상적인 ‘원팀(One-Team)’ 분위기가 양현고 교육 기적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주입식 학원 교육을 뛰어넘는 진짜 ‘생각하는 힘’

양현고 리더십은 학생들이 단순히 대입 기계로 전락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시험 문제만 달달 외워 푸는 학원식 주입 교육으로는 고차원적 사고력과 복합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수능 및 미래 직업 세계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이원형 교장은 단언한다.

 

“진짜 공부는 머릿속에 지식을 들이붓는 투입(Input) 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성으로 그 정보를 가공하고 처리(Processing)하여, 마침내 세상에 이로운 해결책으로 산출(Output)해내는 프로세스를 가져야만 합니다. 급변하는 초거대 AI 시대에는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과, 도구 없이도 온전히 나만의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체성이 공존해야 합니다. 우리 양현고 학생들이 바로 그런 인재로 자라나 세상을 흔드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양현고등학교 이원형 교장

 

[대한민국교육신문 김범동 기자 kbd@kedupress.com]
 







인물·기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