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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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교육’, 세계 유학생들이 서울로 달려오는 이유

과거에 ​“런던이나 도쿄, 파리로 유학 간다”는 말이 세련된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청년들의 대화가 기이하게 바뀌었다. “너 어디로 유학 가니?”, “나? 세계 최고의 대학생 도시, 서울로 가잖아!” 이는 상상속의 허구가 아니다. 최근 믿기지 않는 소식이 지상파 방송을 채우면서 한국의 수도 서울은 이제 명실공히 세계의 명문 교육도시로서의 위상을 뽐내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대학생 도시(QS Best Student Cities)’ 평가에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도쿄와 런던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위(총점 100점 만점)의 왕좌를 차지했다. ​세계 150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대학 순위, 학생 구성의 다양성, 도시 선호도, 고용주 활동, 경제성, 재학생 평가 등 6개 항목을 엄격히 조율한 결과이다.

 

​“에이, 그거 K-팝이나 떡볶이 덕분에 얼떨결에 받은 점수 아니야?” 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기성세대가 있다면, 생각을 사뿐히 고쳐 매시길 권한다. 유학생들이 서울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밤늦게 한강에서 끓여 먹는 라면의 맛 때문이 아니다. ​서울의 2년 연속 1위 등극은 글로벌 청년들이 지향하는 ‘미래 교육도시의 필수 조건’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시프트(Shift)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청년들을 사로잡은 이 성과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미래 교육도시의 필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지식의 암기장’이 아닌 ‘글로벌 문화·안전의 생태계’다. ​과거의 교육도시가 도서관의 장서 수나 입시 결과 같은 ‘정적(靜的) 지표’로 경쟁했다면, 미래의 교육도시는 삶과 배움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역동적 라이프스타일 생태계’를 갖추어야 한다. ​서울이 런던이나 파리 같은 전통의 강호들을 제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압도적인 도시 선호도와 생활 인프라, 그리고 철통같은 ‘치안’이었다. 밤 11시에 노트북을 카페 테이블에 올려둔 채 화장실에 다녀와도 물건이 사라지지 않고, 초고속 Wi-Fi가 지하철 구석구석까지 터지는 도시. 거기에 홍대와 성수의 거리 예술, 국립중앙박물관의 고즈넉함이 단 몇 십분 거리에 공존하는 ‘문화적 유연성’이라 할 것이다.

 

​ 프랑스의 도시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그의 저서 《도시를 말하다》에서 “도시는 단순히 건물의 집합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과 경험의 생산지”라고 했다. ​미래의 교육도시는 교실 안에만 갇혀 있는 도시가 아니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도시 전체가 커다란 교재가 되고, 안전한 치안 속에서 마음껏 자아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적 신뢰’를 제공하는 도시여야 한다.

 

​아무리 문화가 흥미롭다 한들, 졸업 후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면 어떤 청년이 유학을 결심하겠는가? QS 평가에서 서울이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은 또 다른 핵심 지표는 ‘대학 순위(World University Rankings)’와 ‘고용주 활동(Employer Activity)’의 강력한 시너지였다. ​서울은 QS 상위 100위권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이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판교와 상암, 테헤란로를 잇는 첨단 산업 단지와 글로벌 기업들의 채용 네트워크가 대학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가 예견했듯, 미래의 인재는 지식을 모으는 ‘지식 창고형 인재’가 아니라 지식을 현장에 즉시 적용하는 ‘하이 터치(High Touch)형 인재’이다. ​미래 교육도시는 상아탑에 갇힌 이론 교육을 넘어,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산업 현장과 연계되어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거나 취업으로 직행할 수 있는 ‘산학 연계형 실용 교육의 허브’여야 한다. 정답을 외우는 아이가 아니라, 현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형 거장을 키워내는 도시가 바로 미래의 교육도시여야 한다.

 

​이번 QS 평가에서 서울의 순위를 결정적으로 견인한 또 하나의 획기적 요소는 바로 ‘경제성(Affordable Living & Tuition)’과 ‘포용적 학생 구성(Student Mix)’의 개선이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뉴욕이나 런던의 생활비·학비 폭탄에 비하면, 서울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대중교통 요금과 기숙사·장학금 인프라를 확대해 유학생들의 부담을 낮춰주었다. ​그러나 비용보다 더 중요한 미래 교육도시의 조건은 ‘다양성에 대한 따뜻한 포용력’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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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의 리처드 프리드먼(Richard Florida) 교수는 저서 《창조적 계급의 도약》에서 “창의적인 인재와 자본이 모이는 도시의 핵심 비결은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와 더불어 ‘포용성(Tolerance)’의 3T에 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인종, 언어,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연대할 수 있는 포용적 환경, 국적을 떠나 누구든 ‘학습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다문화적 개방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도시는 결코 지속 가능한 미래 교육도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이 2년 연속 세계 유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교육도시로 선정되었다는 승전보는 참으로 가슴 뿌듯한 뉴스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광 뒤에 숨은 서글픈 역설도 함께 직시해야 한다. ​전 세계 유학생들은 서울로 몰려드는데, 정작 우리 내부의 교실은 여전히 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 의대 쏠림 현상, 그리고 상대평가의 압박 속에서 신음하고 있으니 말이다. 외부 세계는 서울을 ‘창의와 활력이 넘치는 기회의 땅’으로 보는데, 정작 내부의 아이들은 교실을 ‘경쟁과 피로의 감옥’으로 느끼고 있다면 이 얼마나 씁쓸한 아이러니인가?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11장에서 “진흙을 짓이겨 그릇을 만들지만, 그 비어 있음(無)이 있기에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겨난다(埏埴以為器, 當其無, 有器之用)”라고 했다. ​미래 교육도시의 완성은 단순히 화려한 건물이나 1등 대학의 개수를 늘리는 ‘채움’에 있지 않다. 아이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백’과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서울이 보여준 2년 연속 1위의 비결—안전한 환경, 유연한 문화, 실용적 기회, 그리고 따뜻한 포용력—은 이제 전국 모든 지자체와 교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경쟁의 피로를 털어내고, 세계에서 모여든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며 마음껏 꿈을 펼치는 도시, 정답을 복제하는 기계가 아닌, 세상에 없던 신의 한 수(妙手)를 두어 나가는 당당한 인재들의 요람! ​‘세계 1위 교육도시’라는 이름표가 단순한 타이틀을 넘어, 이 땅의 모든 청소년과 교실을 환하게 비추어주는 따뜻한 희망의 등대가 되기를 온 마음과 온 정신으로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한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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