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산물을 창출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필자의 관점에서 혁신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여 사회, 시장, 그리고 조직에 의미 있는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창의성을 실행으로 전환하여 가치를 창출하거나 기존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혁신의 본질이다.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적 사고, 도전 정신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가 필수적이며, 또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본과 연구 인프라 등 혁신 생태계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같은 먼 나라의 창업가들을 먼저 떠올린다. 이들은 혁신이 가능한 풍부한 사회·경제적 인프라 속에서 성장했다. 특히 IT 혁명을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가 활동하던 시기의 실리콘 밸리는 대학과 연구소, 벤처 자본, 자유로운 창업 문화가 결합한 독특한 혁신 생태계를 갖추고 있었다. 스탠퍼드와 UC 버클리 같은 명문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창업에 뛰어들었고, 모험적인 벤처 자본이 이들을 지원했다. 특히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Xerox)의 PARC 연구소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이더넷, 레이저 프린터 등 현대 컴퓨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역사 속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혁신을 꽃피운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다. 그는 첨단 기술이나 풍부한 자본이 아닌 치밀한 전략과 리더십,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명량해전은 그야말로 조선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선택해 왜군의 수적 우위를 무력화하고,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는 결연한 리더십으로 단 13척의 함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격파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개발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한 혁신적 사고의 결실이었다. 그의 전략은 체계적인 군사 교육보다 자기 주도적 학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발전했으며, 오늘날 창의적 기업가들이 현장에서의 경험과 자기 학습으로 혁신을 이루는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은 어떠한가? 그는 6·25 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 수준이던 한국에서 “하면 된다”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산업화를 이끈 혁신가였다. 1971년, 황량한 모래밭이던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건설하기 위해 영국 애플도어 조선소를 찾아가 한국 돈 500원 지폐에 등장하는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의 선박 건조 역사를 강조했고, 바클레이스 은행에서 차관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조선소를 건설하고 초대형 유조선 건조에 성공했다. 또한 서산 간척사업을 통해 농업과 산업 기반을 확충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아산 정주영 회장의 정신은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요약된다. 정규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현장 경험과 자기 학습을 통해 세계적 기업을 일궈낸 그의 업적은 한국적 기업가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과 정주영 회장의 사례는 기술이나 자본을 넘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한 혁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미국의 혁신가들이 풍부한 인프라 속에서 성장한 반면, 한국의 혁신가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다. 이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강력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국의 혁신 사례를 단순히 모방하고 답습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혁신가 정신을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함으로써 우리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작금과 같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반의 기업가 정신이 필수적이다. 혁신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치지 않으며, 그것을 실현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이순신 장군과 정주영 회장의 사례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혁신을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길을 찾는 정신적 자산으로 이해하고 교육할 때, 우리 미래 세대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핵심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종욱 박사
“과학기술은 인간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 Michigan State University, Ph.D. (in Physics)
○(현) 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현) The University of Waterloo, MME Adjunct Professor
○(전)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원장
○(전) 한국전기연구원 전략정책본부장, 시험부원장
○(전) The University of Texas @Austin, Postdoctoral Fellow
○(전) Michigan State University, Visiting Research Associate
○(전) 인제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K-사이언스․테크노미 혁신 없이 미래 없다> 피플파워 2023.03.01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