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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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더 잘 보이고, 함께해서 더 넓어진다”… 광양진상중학교가 보여주는 작은학교의 힘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살피는 교육부터 학생자치·공동교육과정·AI 독서·문화예술까지… “작은학교는 교육의 한계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

 

“환생한다면 1학년 때부터 다시 이 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광양진상중학교를 졸업한 한 학생이 졸업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이다.

 

2학년 무렵 진상중학교로 전학 온 이 학생은 이전 학교에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학교에서 교사와 친구들의 세심한 관심 속에 학교생활을 이어간 학생은 졸업식에서 자신이 경험한 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이 한마디에 담았다.

 

이 말은 광양진상중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은 흔히 작은학교의 한계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진상중학교는 오히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교육이 있다고 말한다. 학생 한 명의 변화가 눈에 보이고, 한 명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며,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적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상중학교의 교육은 ‘작은학교를 유지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있게 바라보되,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관계를 넓히고 지역사회와 연결하며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작은학교라고 학생들의 꿈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상중학교에는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뿐 아니라 광영과 중마동 등 인근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다. 통학버스 등을 이용해 20분 안팎의 거리를 이동해 학교를 찾는 학생들도 있다.

 

특히 대규모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진상중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학교의 장점은 학생을 ‘몇 명의 학생 중 한 명’으로 바라보지 않는 데 있다.

 

교사들은 학생의 학업뿐 아니라 생활과 관계, 감정의 변화까지 살핀다. 평소와 다른 표정이나 행동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고,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 상황만 떼어내 판단하기보다 그동안의 과정을 함께 살펴본다.

 

이러한 관계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형성된다.

 

서로의 성향과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친구들이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학생들도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진상중학교가 생각하는 작은학교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이 ‘관계의 깊이’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는 순간… ‘통일골든벨’에서 시작된 학생자치

 

진상중학교 학생자치 활동도 작은학교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처음부터 학생들이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작은 역할부터 하나씩 맡겼고,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데일리 통일 미션’과 ‘통일골든벨’이다.

 

학생들은 단순히 정해진 행사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침마다 통일 관련 문제를 직접 접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활동을 만들어갔다. 학생회장이 정해진 시간에 단체 대화방에 문제를 올리고 학생들이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관심을 높였다.

 

처음에는 작은 활동이었지만 반복적으로 참여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후 통일골든벨로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확장된 것이다.

 

학생자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작은 이벤트를 만들기도 하고, 기념일을 기억하는 활동도 학생회가 주도한다.

 

 

 

5·18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기억하는 활동도 마련했다. 단순히 날짜와 사건을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생각하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활동을 구성했다.

 

학교생활 속 작은 재미도 학생자치의 중요한 요소다. 학생회실에 마련한 퀴즈와 이벤트, 크리스마스 장식 등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즐기는 활동을 통해 학교는 학생들의 일상 속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학교만의 관계에서 더 넓은 관계로”… 공동교육과정으로 학교의 벽을 넘다

 

하지만 진상중학교가 학생들에게 깊은 관계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는 작은학교의 학생들이 더 넓은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학생들은 하루 대부분을 같은 친구들과 생활하며 서로를 깊이 이해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학교 밖의 다양한 또래와 관계를 맺는 경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진상중학교는 인근 소규모 학교들과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한마당과 연합축제, 볼링 체험 등으로 시작된 교류는 올해부터 공동수업으로까지 확대됐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진상중학교를 찾아 함께 수업하고, 다시 서로의 학교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어간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학생들도 “다음 주에 보자”는 말을 건넬 정도로 가까워진다.

 

학생들의 요구가 공동교육과정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리더십 캠프 역시 처음에는 진상중학교 학생들만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인근 학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리더십 캠프에서는 학생회의 역할과 학교를 변화시키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한다. 학생들이 학교의 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는 동시에 다른 학교 친구들과 협력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는 작은학교의 ‘관계의 깊이’를 ‘관계의 확장’으로 연결하는 교육이다.

 

 

 

악기 하나에서 시작된 문화예술교육… “학생이 원하면 방법을 찾는다”

 

진상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작은 요구도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학생들이 초등학교 시절 경험했던 악기를 다시 연주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면서 오케스트라와 밴드 활동도 시작됐다.

 

학교에 충분한 악기가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학교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리는 대신 방법을 찾았다.

 

악기은행 등을 활용해 다른 지역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빌리고, 학생들이 직접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1학년은 클래식 악기를 배우고, 2·3학년은 밴드와 보컬밴드 활동에 참여한다. 작은 학생 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음악활동은 학교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양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버스킹 행사에도 참여했고, 올해 10월에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학교가 직접 버스킹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배운 음악을 지역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학교가 지역사회와 만나는 방식이기도 하다.

 

AI로 읽고, 토론하고, 쓰고… 작은학교의 미래교육

 

진상중학교의 교육은 전통적인 체험교육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독서활동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독서·토론·글쓰기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광양공공도서관 등 지역 교육자원과 연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되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들이 작성한 결과물은 교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들의 작은 결과물도 놓치지 않고 전시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성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광양평생교육관과 연계한 영화 제작 활동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직접 스토리를 구성하고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디어와 창작의 세계를 경험한다.

 

작은학교라고 해서 미래교육의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며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교실 밖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이들의 가능성

 

 

진상중학교의 체험교육은 학생들의 요구에서 출발한다.

 

파크골프 체험, 허브농원 체험, 창의융합관 방문 등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활동을 교육과정과 연결한다.

 

파크골프를 경험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나오면 학교는 가능한 방법을 찾아 교육과정으로 연결한다. 허브농장에서는 식물에 대해 배우고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어보며, 창의융합관에서는 로봇과 AI 등 새로운 기술을 접한다.

 

특히 교실에서는 조용했던 학생이 체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학생의 가능성은 시험지 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은학교의 유연성은 이러한 체험교육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차량 두 대만으로도 이동할 수 있고, 학생들의 요구가 나오면 비교적 빠르게 교육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학교가 말하는 ‘작아서 가능한 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는 순간이다.

 

텃밭에서 배우는 생명과 공동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

 

 

진상중학교의 교육은 지역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학교에서는 블루베리와 옥수수, 상추 등을 직접 재배하는 텃밭활동도 진행한다.

 

학생들이 직접 심고 가꾸고 수확한 작물을 함께 나누는 과정은 단순한 농업체험을 넘어 생명과 노동, 나눔을 배우는 교육이 된다.

 

잘 익은 블루베리를 따서 맛보고, 옥수수를 수확해 함께 먹는 소소한 경험 속에서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배우기 어려운 생활 속 배움을 얻는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이어지고 있다.

 

진상중학교는 오랜 시간 지역의 중심학교 역할을 해온 만큼 지역사회와 동문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출신 동문들이 학교와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필수품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 역시 지역의 카페나 주민센터 등 다양한 공간과 연계해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지역주민과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지역 버스킹 역시 이러한 지역 연계의 연장선이다.

 

학교가 지역사회로 나가고, 지역사회가 학생들의 성장을 다시 학교로 가져오는 선순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작은학교는 학생의 선택권을 지켜주는 공간”

 

작은학교를 바라보는 가장 큰 질문은 결국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학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진상중학교는 여기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까지 줄어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학생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큰 학교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고, 어떤 학생은 소규모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성장할 수 있다.

 

학교는 이러한 선택권 자체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진상중학교에는 집 가까운 큰 학교 대신 20~30분 거리를 이동해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업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학업과 함께 다양한 체험과 문화예술, 독서, AI, 공동교육과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작은학교에서 배운 ‘관계의 힘’을 더 큰 세상으로

 

진상중학교가 고민하는 지점도 있다.

 

졸업 후 학생들이 더 큰 학교에 진학했을 때 지금과 달리 많은 학생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학교에서는 학생 한 명의 표정과 변화까지 교사와 친구들이 알아차리지만,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학생 개개인이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학교는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리 ‘관계의 확장’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작은학교에서 깊은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공동교육과정에서 낯선 친구들과 관계를 확장하는 방법을 배우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자신 있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교육적 판단이다.

 

결국 작은학교에서의 경험은 작은 세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가 된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가장 빛나는 학교”

 

광양진상중학교의 교육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침에 학생을 맞이하는 인사에서 시작되고, 학생이 원하는 악기 하나를 마련하는 일에서 시작되며, 통일 문제 하나를 단체 대화방에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와 함께 텃밭에서 블루베리를 따고,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다른 학교 친구와 볼링을 하고, 지역 주민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일도 교육이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작은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 뿐, 교육의 크기가 작은 학교는 아니다.

 

오히려 한 명에게 더 깊이 다가가고, 한 명의 의견을 실제 교육으로 연결하며, 학교 밖의 다양한 사람과 공간을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진상중학교가 보여주는 작은학교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작은학교라고 아이들의 세상까지 작아져서는 안 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깊이 듣고, 그 관계를 더 넓은 세상으로 연결하는 것.

광양진상중학교는 그렇게 ‘작아서 더 깊고, 함께해서 더 넓은 교육’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김범동 기자 kbd@ked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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