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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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아, 안녕

안방에도, 거실에도, 주방 창에도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밖은 매미 소리로 가득하다. 그 사이로 간간이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 세상은 평화롭다. 매미들의 합창이 막바지에 이르렀는지 오늘 아침따라 유독 크게 들린다. 짝짓기를 잘 마쳐야 다음 해를 기약할 텐데, 인간에 비해 짧은 생을 사는 곤충이라지만 그 울음은 애달플 정도로 구슬프다. 어쩌면 저 소리는 매미의 시작이자 끝을 동시에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서늘해질 수 있다니, 자연의 놀라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경이로운 변화 앞에서 감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누리고 사는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자연의 섭리가 있었기에 하루가 시작되고 또 저물어 가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른 아침, 인스타그램에서 눈여겨보던 작가의 피드를 우연히 보았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모습과 나무에 둘러싸인 곳에서 산림욕을 즐겼다는 이야기였다. 정작 내 주변에도 바다와 숲이 지척인데, 덥다는 핑계로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토록 좋은 자연환경 속에 살면서도 제대로 누리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계절의 끝을 '막바지'라 해야 할지 '끝자락'이라 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두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어감은 사뭇 다르다. '막바지'가 능동적으로 살아가던 삶의 끝에 다다른 느낌이라면, '끝자락'은 무언가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듯한 뉘앙스다. 무엇이 되었든 무덥던 여름도 막바지에 다다라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성큼 다가온 서늘한 바람에, 여름은 소리 없이 물러가고 어느새 가을이 온 듯하다. 이렇게 또 금세 지나가 버리니 아쉬운 계절이다.

 

무더위를 피해 좀처럼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차 안은 늘 들끓었고, 뙤약볕에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이 달라진 날씨를 보며, 사람 마음이란 참 갈대와 같다는 걸 실감한다. 더워서 여름이 싫어질 뻔한 순간,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허무해진다.

 

여름방학도 그렇게 끝나가는 것 같아, 이 시간 동안 나와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돌아보게 된다. 잔잔한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기분이 한껏 들뜬다. 날씨를 핑계 삼아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차오른다.

 

인생은 방향을 따라 흐르고 흐르는데, 굳이 억지로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지나갈 계절이고, 지나갈 더위이고, 끝나갈 방학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또 새로운 날이 온다는 진리를 알고 믿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견디고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무더웠던 여름아, 이제 안녕. 잘 가라.

 

 

 

 

 

칼럼니스트 이보하

 

2025년 계간문예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누구나 쉽게 일상의 글감을 찾아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글 작가이자,

1인 출판 및 문화 브랜드를 지향하는 '부길따(Bookiltta) 북클럽'의 대표이다.

글쓰는 N잡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세상의 모든 평범한 하루가 글이 되는 따뜻한 기적을 전파하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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