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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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존폐와 개인의 삶, 그리고 문학의 보편성

올해로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이했다. 국권을 되찾은 날이자, 국가라는 울타리가 개인의 존엄과 삶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각도로 되새기게 되는 시점이다. 한 가정 내에서도 부모의 사고나 사업 실패, 이혼 등이 자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하물며 국가적 위기와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톱니바퀴 아래에서 개인이 누리는 평온한 일상은 더없이 쉽게 바스러진다.

 

광복절에 떠올리는 뜨거운 투쟁과 치열한 독립운동의 기록 뒤편에는, 국가의 위기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고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투사들의 눈물겨운 역경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희생 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역사적 사실로부터 80여 년이나 떨어져 있는 후세대에게 어떻게 역사교육의 무게를 체감하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혀 다른 세계에서 쓰였으나 놀랍도록 같은 울림을 주는 두 편의 자전적 소설을 떠올려본다. 1939년 영국의 조지 오웰이 발표한 『숨 쉬러 나가다』 와 1946년 독일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작가 이미륵이 발표한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두 작품은 모두 거대한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하며, 평온하던 개인적인 일상을 그려나가며 국가적 위기로 인해 고향을 등지게 되거나, 일상에서 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국가 속에서의 개인의 삶을 그려낸다.

 

『숨 쉬러 나가다』 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경험한 주인공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더 큰 재앙과 폭력적 전체주의의 징후를 목전에 두고 느낀 아포칼립스적 불안을 담고 있다. 반면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경술국치와 일제강점기, 3·1 운동이라는 식민지 민족의 잔혹한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두 작가가 보여주는 개인의 삶은 국가와 시대의 존폐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오웰의 주인공 조지 볼링은 전쟁의 공포와 산업화의 삭막함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며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미륵 역시 일제의 탄압을 피해 정든 고향과 어머니를 뒤로한 채 압록강을 건너 독일로 망명해야 했다. 국권 상실과 국가적 위기는 단순히 정치적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유년의 평화, 가족과의 단란함, 고향에서의 소박한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폭력으로 작동한다. 광복절이 단순히 ‘국가의 회복’을 넘어 ‘개인 삶의 회복’으로 읽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작품을 보면 20세기 초 서구 문명의 중심에 서 있던 영국인 작가와 식민지 조선의 유랑 지식인이 도달한 정서적 지점이 닮아있다는 점이 놀랍다. 두 주인공은 모두 시공간을 초월해 ‘상실된 낙원으로서의 고향’을 향한다. 오웰의 주인공은 어릴 적 낚시를 즐기던 시골 마을 ‘Lower Binfield’로 돌아가 숨을 쉬고자 하고, 이미륵은 황해도에서의 한학 공부, 어릴 적 놀이,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련하게 회상한다. 그러나 이들이 도달한 결론 역시 일치한다. 오웰이 찾아간 고향은 이미 공장과 주택가로 개발되어 옛 모습을 잃었고, 이미륵이 그리워한 고향은 먼 이국땅에서 들려온 어머니의 부고와 함께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탄생한 두 작품이 동일하게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과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노래한다는 것은, ‘시대의 폭력에 직면한 인간이 느끼는 정서의 일반적 보편성을 보여준다. 전쟁과 억압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뿌리와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을 통해 구원받고자 하는 본능을 지닌다.

 

『숨 쉬러 나가다』 의 제목처럼, 비극적 시대를 견뎌내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은 우리 민족이 빼앗겼던 터전과 언어, 그리고 개인의 삶을 다시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숨 구멍'을 되찾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오늘날 광복절을 맞아 두 책을 다시 읽는 것은, 국가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거대한 역사 속에서도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될 개인의 존엄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국가의 평화가 곧 개인의 일상을 지키는 담보라는 사실,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인간다운 삶과 순수함을 갈망했던 두 작가의 담담한 고백은 시대를 넘어 깊은 울림을 준다.

 


 

 

[칼럼니스트 양미현]

 

○ 교육학박사

○ 김해구지초등학교  교장 

○ 저서

<독서의쓸모> 미다스북스, 2024

<진로독서가이드북-초등학교>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24

<하루10분 생각습관 하브루타>, 미다스북스, 2018

○ 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이음교육연구소장

○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집필위원 (2016~현재)

○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원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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