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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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시작은 많았지만 깊이는 없었다


강연을 좋아한다.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어서다. 그 사람만의 언어와 표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 몰입도가 다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책보다 강연에서 더 쉽게 마음에 와 닿는다.

 

얼마 전 벌꿀로 유명한 안상규 대표의 토크콘서트를 다녀왔다. 설렘 때문이었을까, 새벽부터 눈이 떠졌고 천둥소리에 잠깐 걱정도 됐다. 다행히 기차 탈 무렵엔 비가 잦아들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동대구역행 기차에 올랐다.

 

어떤 분일까? 기차 안에서 미리 검색해본다.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세우며 여러 후원 사업을 이어온 이력이 눈에 띈다. 몸소 나눔을 실천해온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다가갔다. 오늘 강연이 내 삶에 새로운 점 하나를 찍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강연장에 들어섰다.

 

무대에 선 안상규 대표, 나와 같은 고향인 경상도라 그런지 사투리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작은 체구였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겪어낸 삶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리라.

 

44년을 벌과 함께 산 인생. 벌들을 온몸에 붙이고 대중 앞에 섰던 숱한 시도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원하며 22만 마리의 벌과 번지점프를 했던 영상 앞에서는 절로 숙연해졌다. 성공은 했지만 450방을 쏘여 퍼포먼스가 끝나자마자 응급실로 실려 갔었다고, 그는 담담히 회상했다.

 

“조기 축구하듯이 사업을 하지 마라.”

 

그 많은 말 중 유독 이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여겨왔지만, 정말 최선을 다한 적이 있었나. 여기저기 발만 담갔을 뿐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관심이 생겨도 조금 힘들거나 성과가 더디면 이내 손을 놓았다.

 

부동산도 주식도 잠깐씩 기웃거렸다. 건강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엔 방치하다 피로가 쌓여야 영양제와 좋다는 음식을 찾았다. 필라테스, 요가, 헬스, 수영 — 남들이 좋다는 운동은 다 해봤지만 어느 하나 깊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

 

깊이 판다는 건 지루함과 어려움을 그대로 견뎌내는 시간을 통과하는 일이다. 가만있으면 불안하고, 나도 남들처럼 잘하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벌여놓으면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어쩌면 그 분주함은 자기합리화였는지도 모른다. 힘들이지 않고 적당히만 해서 좋은 결과를 바랐던 건 아닐까.

 

그래서 결심했다. 여러 운동을 기웃거리는 대신 지금 하고 있는 달리기 하나에 제대로 파고 들기로. 관련 책을 읽고, 직접 뛰며 몸의 변화를 살피고, 무엇이 좋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중년에 달린다는 것의 의미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가 보기로 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강연이었지만 이상하게 피곤하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 다이어리에 적어둔 메모를 다시 펼쳐본다. 정현종 시인이 『방문객』에서 말했듯,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짧은 강연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에 흩어진 점들을 잇는 선이 되기도 하니까.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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