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관심 있는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너무 신선한 자극을 받은 일이 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역술가 박성준이라는 분이 모 연예인의 유튜브에 출연해 관상을 봐주는 영상을 보았다. 예로부터 광대가 크면 오지랖이 넓고, 입이 큰 사람도 대개 그러해서 밖에서 일하는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였다. 광대가 큰 사람은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간 나의 일련의 행동들이 어쩌면 생긴 대로 살고 있어서 피운 오지랖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을 햇살이 좋은 날, 어김없이 학교로 출근을 한다. 바람도 좋고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까지 마냥 행복해 보이는 이 계절이 지나고 있다. 이 선선한 바람도 담고 맑은 새소리도 담아서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계단을 지나 복도를 스칠 때,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뿌연 먼지들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죽어 있는 하루살이 사체들까지 나뒹굴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졌다. 나는 꽤 진지하게 당장이라도 그 먼지들을 훑어내고 싶었다. 마른 정전기포를 가지고 싹 닦아내야 성이 찰 것 같았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다. 오전에 급히 나오느라 정리하지 못한 집안도 살필 겸, 청소용 정전기포를 들고 올 전략이었다. 집은 제일 마지막에 나간 남편이 그런대로 일괄소등까지 마치고 단정하게 정돈해 놓은 상태였다.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입맛은 없었다. 사리면에 너구리 스프를 넣고 계란까지 하나 풀어 끓인 뒤, 열무김치를 곁들여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혹시나 국물이 튈까 윗옷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식사를 마쳤다. 설거지를 정리하고, 어제 끓여둔 김치찌개를 작은 편수냄비에 옮겨 담았다. 양치와 가글을 마치고 화장을 투닥투닥 새로 고쳤다.
나가기 전 창고에서 정전기포를 꺼내 들었다. 아예 한 통 전체를 챙겨 나섰다. 머릿속으로는 복도 바닥에 뭉쳐 있는 회색 먼지들까지 싹 치워버리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밀대까지 들고 학교에 가자니 문득 '내가 지금 뭐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려고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닌데 말이다. 분명 나의 공식적인 포지션은 정해져 있지만, 자꾸만 신경 쓰이던 그것을 조금 한가한 내가 자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분이 들떠 있기도 했다. 행정실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 잠시 생각도 했지만, 그냥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마무리하고 싶어 밀대까지 들고서 나서지는 않았다.
학교에 도착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날 때, 들고 있던 정전기포를 아주 자연스럽게 한 장 꺼내 들었다. 내가 오고 가는 길목의 창가 먼지부터 쓱쓱 훑어내며 깨끗해진 창가를 바라보니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뭐라고 괜한 뿌듯함과 개운함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나는 그 역술가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광대가 큰 사람은 오지랖이 넓다는 그 말을. 눈에 안 띄면 그만인 것을, 하필이면 그닥 깔끔쟁이도 아닌 내 눈에 띄어 반짝 윤이 나게 된 복도. 그 덕에 한동안은 쾌적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내가 머무르고 숨 쉬는 공간의 먼지를 걷어내며 향기도 입히고, 맑은 공기를 더해 생기를 불어넣는 일. 이토록 사소한 오지랖이 삶에 참 큰 기쁨을 선사한다. 아울러 깨끗해진 이 길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본다.

칼럼니스트 이보하
2025년 계간문예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누구나 쉽게 일상의 글감을 찾아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글 작가이자,
1인 출판 및 문화 브랜드를 지향하는 '부길따(Bookiltta) 북클럽'의 대표이다.
글쓰는 N잡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세상의 모든 평범한 하루가 글이 되는 따뜻한 기적을 전파하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