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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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교육의 본질은 인간성 회복이어야 한다’

21세기 정보통신시대의 도래와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활동을 보조하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바야흐로 AI 시대를 넘어 미래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 정보 검색과 분석의 편리성, 개인 맞춤형 교육과 서비스의 발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기존 일자리의 감소,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 문제, 가짜 정보의 확산,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 인간의 판단력과 창의성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관계와 정서가 약화되고 인간성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기술 발전 못지않게 ‘인간성의 회복’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산업화는 대량생산과 도시화를 가져왔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비대면 관계와 사회적 고립, 세대 간·집단 간 갈등도 확대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확산시켰다.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이 줄어들면서 가정과 학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이제 가정과 학교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적 삶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성 교육의 출발점은 가정이다’

“그 나라의 미래는 그 나라의 청소년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가정의 행복, 국가의 발전, 국민의 행복한 삶과 직결된다. 교육이라고 하면 대부분 학교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람됨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교육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가정교육을 꼽을 것이다. “그 부모를 보면 그 자녀를 알 수 있고, 그 자녀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는 자녀가 부모의 말뿐 아니라 부모의 삶과 태도를 보며 성장한다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가정은 인간성의 뿌리를 만드는 곳이며, 아이가 최초로 인간관계를 배우는 공간이다. 사랑과 신뢰, 배려와 책임을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몸으로 경험하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특히 부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자녀를 사랑하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관심과 사랑이 지나친 간섭과 집착으로 변할 때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랑이 자녀의 자율성을 빼앗는 방식으로 나타날 때이다. 지나친 보호와 간섭은 가족 간 갈등을 넘어 청소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가출, 폭력, 약물 남용, 범죄 등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흔히 “똑똑한 부모가 아이를 무기력하게 기른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녀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면 부모가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전이하고,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정해준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바로 ‘헬리콥터 부모’이다. 자녀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며 학업과 진로, 인간관계까지 대신 관리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학원을 정해주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학점과 진로까지 관리하며, 심지어 유학할 대학까지 부모가 결정해 준다고 한다. 한 일화가 있다. 극성스러운 부모의 관리 속에서 학업을 마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자녀가 가족의 환영을 받으며 귀국한 뒤 부모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엄마,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해?”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준다면 자녀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도 잃게 된다. 

 

AI 시대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미래의 교육은 정답을 빠르게 찾아주는 능력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AI 시대의 가정교육에서 가장 강력한 교육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부모의 삶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인간관계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사과하며, 감사와 배려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의 기본과 질서를 배운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는 부모의 말과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AI 시대의 자녀교육에서 중요한 덕목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

 

‘학교는 지식과 공동체의 질서를 배우는 곳이다’

가정이 인간의 올바른 삶을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배우는 곳이라면, 학교는 지식과 사회적 규범, 법질서 의식,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곳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교사는 교과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격적 자질과 바른 태도, 그리고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단순히 “교사는 스승이니 존경받아야 하고 대우받아야 한다”는 논리만으로는 오늘날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래의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와 교사에게는 더욱 높은 전문성과 책임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교육적 문제를 교사에게 떠넘기고 사명감만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부모는 가정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치료적 처우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문제는 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 국가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사회는 학교와 교사를 지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교육은 어느 한 사람의 책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유치원이나 학교 등 교육기관에 맡기는 것만으로 자신의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는 가정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대신해 주는 곳이 아니다. 학교와 가정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협력해야 한다. 그동안 교권 보호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이 정비되고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화해·중재 제도, 교권보호 관련 기구 등이 마련되는 등 여러 제도적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으며,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배움터인 학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정신적 고통과 극단적 선택 문제는 우리 사회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한창 꿈과 희망을 키워야 할 청소년이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면,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존귀한 생명보다, 꿈과 희망을 키우는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가정·학교·지역사회·국가가 함께해야 한다’

학교의 교육이념과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가 함께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서로를 탓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며, 학생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 부모는 학교를 무조건 불신하거나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요구하기보다 학교와 함께 자녀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발달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국가는 교육 현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과 신뢰의 장’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는 엄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적 개입과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및 치료적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처벌만으로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재발을 막고 학생이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 치료, 관계 회복을 포함한 종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는 아이들이 꿈을 꾸고 희망을 키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학창시절이다. 그 소중한 시기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음껏 놀고, 배우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어른들이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AI 시대, 교육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AI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우리가 AI의 발전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지켜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가 정보를 찾아준다고 해서 인간의 생각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글을 써준다고 해서 인간의 감정과 경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하고, 소통하고, 책임지고, 협력하며,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능력일 것이다. 따라서 미래교육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을 넘어 바른 인성과 책임의식,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와 국가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하나의 교육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능력까지 AI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는 AI만 발전하는 미래가 아니다. AI의 발전과 함께 인간도 성장하는 미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가정이며, 그 실천의 장은 학교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지역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과 교육활동 침해를 몰아내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은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교육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고: 조동기

자녀안심 국민재단 사무처장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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