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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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 순천연향초, 독서·글쓰기·글로컬교육으로 미래를 준비하다

여러 학교에서 교육과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 온 교장… “본질은 지키되 시대에 맞게 교육도 변화해야”

 

교육의 변화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읽고, 쓰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힘이 더욱 중요해진다. 순천연향초등학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독서·인문교육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사고력과 삶의 지혜를 키우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AI와 에듀테크, 영어·중국어를 활용한 글로컬교육, 학생들의 직접적인 경험과 표현을 중시하는 교육을 더하며 미래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순천연향초를 이끌고 있는 장용철 교장은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며 교육과 학교 공간의 변화를 직접 만들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그에게 교육의 변화는 새로운 유행을 좇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본질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방법을 바꾸는 일이다.

 

학교를 바꾸면 아이들의 배움도 달라진다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그가 경험한 학교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캠프를 열어 지역의 정책을 발굴하고,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생들이 직접 정책을 발표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학교가 단순히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이었다.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교 공간 자체를 교육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켰다. 피아노실은 피아노 교육에 맞게, 드론 공간은 드론 활동에 맞게, 로봇과 AI 공간 역시 각각의 교육적 특성이 드러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단순히 교실 안에 여러 프로그램을 집어넣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학교 공간을 개선했고, 변화된 학교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의 교육 관계자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공간의 화려함이 아니다. 교육의 목적에 맞는 공간이 학생들의 경험과 배움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20년 전 만들어진 방과후학교 공간이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유지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그는 학교 역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만들어진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공간에 들어갔을 때 ‘여기는 피아노를 배우는 곳이구나’, ‘여기는 AI를 경험하는 곳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랜 교직 경험을 거치면서 교육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도 달라졌다. 교직 초기에는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10년, 15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에 대한 노하우와 안목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시대가 바뀌더라도 교육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 본질 가운데 하나가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기초 역량​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이 기본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가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가 됐지만, 그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AI가 무엇인가를 제공했을 때 그것이 거짓인지 논리적인지 판단하려면 기본적인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힘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AI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인간의 사고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사고의 외주화’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 순간에 AI가 만들어 준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면, 학생에게 필요한 사고의 근육을 AI가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AI를 따라가는 아이가 아니라 AI를 부리는 아이로”

순천연향초가 독서·인문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용철 교장은 학생들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표현한 뒤 필요한 부분에서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먼저 그림이나 글을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눈 뒤 AI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과 AI의 답변을 비교·검증하는 방식의 활용을 이야기했다. 이는 AI를 교육의 주인공으로 놓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를 돕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AI가 인간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부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고, 그 출발점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라는 설명이다. 결국 미래교육의 핵심은 최첨단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역량에 있다는 것이다.

 

 

‘책으로 여는 2060’, 읽고 쓰며 자신의 역사를 만들다

순천연향초의 독서·인문교육은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책으로 여는 2060’​이라는 이름으로 아침 20분 독서 습관을 만들고, 꾸준히 독서를 이어가면서 1년에 최소 60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만드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쓴 글과 이야기, 에세이, 시, 설명문 등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장용철 교장은 학생들이 쓴 글을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그 시기를 살아간 자신의 역사이자 발자취로 바라본다. 작가와의 만남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 한 권을 직접 쓰고 세상에 내놓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글쓰기와 표현의 의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독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활동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과정​이라는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영어와 중국어로 세계를 바라보다 순천연향초의 미래교육은 독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어와 중국어를 활용한 글로컬교육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특히 중국어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높은 수준의 회화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이해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과정 안에서 중국어의 기본적인 표현과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는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추가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영어와 중국어를 단순한 외국어 학습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려는 접근이다.

 

 

놀이와 운동, 그리고 공동체도 미래교육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학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학생들의 실제적인 경험이다.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움직이고, 놀이와 활동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교육이다. 장용철 교장은 현재의 아이들이 과거와 달리 훨씬 다양한 교육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악기와 예체능 활동은 물론 다양한 체험교육이 확대됐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적 지원 역시 과거보다 넓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의 외형이 확대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개별화가 극도로 심화된 시대일수록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는 계속 변해야 한다

장용철 교장은 자신의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과거의 학교와 현재의 학교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때로는 변화된 교육환경을 보며 걱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교육은 결국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발전 방식을 찾아간다고 바라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교육을 그대로 되돌리는 것도,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오랜 교직 경험을 통해 그가 얻은 교육에 대한 생각이다. 순천연향초의 교육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AI를 통해 정보를 검증하고 확장한다. 영어와 중국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놀이와 공동체 활동을 통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결국 순천연향초가 바라보는 미래교육은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교육이 아니라, 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을 키우는 교육​에 가깝다. 교장은 말한다. “생각하는 힘이 없으면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 순천연향초가 다시 책과 글쓰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유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 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교육신문 김범동 기자 kbd@ked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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