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가 물었던 적이 있다. 달릴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그땐 나조차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다. 특별하게 어떤 생각을 하며 달리지 않았고, 문득문득 떠 오른 상념들은 금방 사라져 버리니까.
오늘 달리면서 그 답을 찾아본다. 더없이 좋은 계절, 이 가을에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청량한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이른 아침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가을향기 가득한 자연을 느끼며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감사하다는 마음은 그렇게 내 안을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최근에 봤던 영화의 대사가 떠오른다.
가장 갈망하는 것은 가질 수 없는 것이고,
가장 가질 수 없는 것은 이미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있고, 건강일 수도 있다.
얼마 전 멀리 보내드린 사랑하는 분이 생각났다. 언제나 함께하리라 생각했던 시간들, 슬프게도 그분과 함께했던 소중했던 시간은 이제 결코 다시 가질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셨던 큰 형부 집, 휴가철이 되면 우리 형제들이 자주 모이던 곳이다. 서울에 올라올 때면 정성스레 가꾼 과일이며 야채를 늘 한가득 실어주셨고, 토종닭을 잡아 백숙도 해주시며, 마당에서 구워주시는 형부 표 숯불고기는 단연코 최고의 요리였다. 배가 불러 올 때쯤이면 우리는 돌아가며 노래방 기기 앞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직도 그 모든 행복했던 소리들은 귓가에서 들리는 듯하다.
돌아보면 그때는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었기에 당연한 듯 누렸다.
이제야 안다. 당연하게 여겼던 그 모든 순간이 실은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는 것을.
어느새 발걸음이 반환점을 돈다. 숨은 조금 가빠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이제 친구의 물음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달리며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생각한다고. 두 발로 땅을 딛고 달릴 수 있는 건강, 눈부시게 푸른 이 가을 하늘, 그리고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잃어버린 뒤에야 절실해지는 것들을 잃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 그것이 내게는 달리기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