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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토)

리키마루 사치코의 행복씨앗

언어 사용자의 책임


SNS의 발달로 사람들 누구나 쉽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이 세상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런 세상을, 지난 달 13일에 92세로 돌아가신 다니카와 슌타로 일본 시인은 ‘말의 인플레이션’이라 표현했다. 

 

인플레이션이란 원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으로 자기 자산을 운용하고, 지출을 재검토하는 등의 대책이 취해진다. 

 

그럼 언어의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언어의 세계로 말하면 더 많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니 현실적이 아니다. 오히려 지출을 줄이거나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니카와 시인은 이 상황을 맞이하여 가능한 한 적은 글로 시를 썼다(시집 "허공으로(虚空へ)"). 말의 지출을 줄이며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적은 말로 표현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면 하나의 단어 속에 얼마나 깊은 내용을 넣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단어 하나에 깊은 내용이 있다는 것은 어휘력과 표현력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말이다. 즉, 현재 상황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언어를 잘 사용하고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모델을 선정해 이 표현 방식을 배우는 것이 좋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많이 글을 읽어야 된다는 말도 같은 뜻이다. 일본어로 '배우다'라는 동사는 '마나부'라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은 '마네부', 즉 흉내 내기이다. 인간이 배울 때 혼자서가 아니라 앞선 모델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또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단어의 사용법이 변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대박'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력을 퇴화시킨다.

 

같은 현상은 일본어로도 보인다. 요즘 “야바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원래 '위험하다', '불법이다'라는 뜻이었고, 오랫동안 무법자나 범죄자 세계에서 사용되다가 점점 일반화되었다. 지금은 나쁜 의미 뿐이 아니라 엄청 맛있다, 멋지다, 대단하다 등 좋은 뜻으로도 사용된다.

 

현재에는 SNS 발달로 언어를 누구나 쉽게 사용해 정보를 더욱더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보 전달자에 대한 한계가 없어졌다는 의미에서는 장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말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앞으로 SNS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용하는 언어에 더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있다. 또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듯이 현재 사용하는 언어가 자기 세계의 한계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세계를 조금씩이라도 넓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그것이 언어의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 유용한 수단이다.

 

 

 

 

 

리키마루 사치코 교수

일본 주오(中央)대학 법학부 준교수

외국어를 좋아하는 일본인 교수, 세계 7개국 언어 가능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최경규작가 저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일본어로 번역(あなたのせいではありません)(2024년),

“세종 한글로 세상을 바꾸다" 라는 책을 공동번역(2022년).

김미경학장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2021년)및 최경규작가 “마음에 길을 묻다" (2023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출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