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사용자의 책임 SNS의 발달로 사람들 누구나 쉽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이 세상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런 세상을, 지난 달 13일에 92세로 돌아가신 다니카와 슌타로 일본 시인은 ‘말의 인플레이션’이라 표현했다. 인플레이션이란 원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으로 자기 자산을 운용하고, 지출을 재검토하는 등의 대책이 취해진다. 그럼 언어의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언어의 세계로 말하면 더 많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니 현실적이 아니다. 오히려 지출을 줄이거나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니카와 시인은 이 상황을 맞이하여 가능한 한 적은 글로 시를 썼다(시집 "허공으로(虚空へ)"). 말의 지출을 줄이며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적은 말로 표현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면 하나의 단어 속에 얼마나 깊은 내용을 넣을 수 있는지
마음의 방향 이제 곧 12월. 한 해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차가워진 날씨에 외투를 겹쳐 입게 되지만 가을 낙엽은 이제야 떨어져 거리를 가득 채운다. 빨갛고 노란 낙엽이 펼쳐진 길을 걷다,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어디로 가야 할까.’ 늘 오가던 익숙한 길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길의 방향을 알 수 없어 멈춰 서기보다, 마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게 되는 날이다. 멈추어선 자리에서 잠시 생각하게 된다. “한 걸음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말이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결정을 내리며, 그 결정들은 켜켜이 쌓여 우리의 삶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그 선택의 무게가 버거워 그만 멈추고 싶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 조금은 덜 후회되는 선택도 있지만, 가끔은 다른 이의 의견이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 인생이 자기 것인지도 잊은 채 말이다. 어떠한 선택으로 불편함이 클 때,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말 이 선택이 내가 원했던 것이었는지 말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원하는 것을 바란다 “느낌으로 집중하는 것을 얻게 된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염려와 걱정, 고민과 같이 진정으로 원치 않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것도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 여기가 끝이 아니다, 린 그라본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것이 원하는 것이 맞는가? 긍정과 부정,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부정과 원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는 않는가? 원하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원하는 것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같은 것끼리는 서로 끌어당긴다. 쉽게 말해 우리를 자석이라고 가정하면 어떤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것과 비슷한 것이 내게로 끌려온다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처음 끌어당김이란 용어를 들었을 때의 낯섦이 문득 생각난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론다 번의 <시크릿>을 처음 접했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끌어당긴다는 거지? 어떻게 끌어당긴
마끼아또를 아시나요? “뽀드득, 뽀드득” 밤새 내린 카푸치노 같은 눈길을 보니 스티밍한 하얀 우유가 담긴 커피잔이 떠오른다.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퇴근하는 길, 함박눈이 쏟아진 날,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에 깨끗하고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려니 조심스운 마음까지 든다. 눈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 “뽀드득”,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피곤함도 가볍게 느껴지는 듯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본다. 함박눈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점이 하나 하나 생기는 느낌이다. 얼굴에 닿은 차가운 눈송이가 녹아 아주 작은 점처럼 물방울로 얼굴에 맺힌다. 점점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만나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아 걷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얼굴에 눈이 녹으며 찍어준 차가운 점들... “라떼마끼아또”와 “카페마끼아또”가 문득 떠오른다. 라떼 마끼아또(Latte Macchiato)는 에스프레소와 스티밍한 우유로 만든 음료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어로 "Latte"는 "우유", "Macchiato"는 "얼룩진"이나 "점이 찍힌"을 뜻한다.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가 부어지면서 생긴 층과 스티밍한 하얀 우유 위에 갈색
사람에게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일까? 가을이 되니 동료, 친척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그들에게 따스한 축하의 말을 전하며 삶에서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인지 문득 생각에 잠긴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삶을 함께하겠다는 약속. 청첩장에 담긴 신랑, 신부, 부모님의 이름을 보니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할 시간에 대한 무게감과 의미가 새삼 전해진다. 인생에 행복과 고통, 그 모든 순간에 서로를 믿고 지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가장 긴 인연으로 함께 할 두 사람. 이들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일까?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모니의 마지막 잔에 담긴 커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모니 (Coffee ceremony)” 아라비카 품종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는 ‘커피 세리모니’라고 하는 중요한 의식이 있다. 단순히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관계를 강화하고 존중과 환대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의식인 커피 세리모니. 그 준비는 주로 여성이 특별한 장소에 풀과 꽃으로 장식하고 기름이나 향을 태워 따뜻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작된다. 물에 씻어 실버스킨을 제거한 생두를 숯불이나 화로에 직접
생각과 실천 세상에서 두 유형의 사람이 있다. 먼저 하나의 유형은 행동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먼저 행동한 다음에 생각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검토를 끝났기에 실천할 때 망설임도 없다. 대신 실천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먼저 행동하는 사람은 반대로 실천 속도는 빠르다. 하지만 그 뒤에 고민과 후회가 많다. 어느 쪽에도 장단점이 있으니 정답이 없다. 다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오랜 시간 키웠던 습관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도 체험하면 다른 시각으로 사물이 보이게 되니 좋다는 경험을 최근에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집에서 10km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였다. 전철로 20분쯤밖에 걸리지 않으니 비교적으로 가깝지만 막상 가려고 하면 왠지 먼 곳 같은 느낌이 늘 들었다. 전철을 타야 하는 이유가 마음을 귀찮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깝고도 먼 바다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나는 10월 마지막 날, 바닷가까지 달렸다. 마침 운동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까지 거의 직진해서 가면 된다는 안심감도 있었다. 가는 길에 있던 공원에서
향기는 감정을 알고 있다. 짙고 옅은 아로마 향이 차례로 코끝을 자극한다. 커피 향을 한번 맡고, 다시 손바닥 위로 떨어진 아로마오일을 두 손으로 비비고는 코에 가져다 댄다. 그러고는 깊이 향을 들이마신다. “이 향 너무 좋은데?”“어? 정말이야? 신기하네.” 내가 들이마신 향의 아로마오일을 보고 테라피스트로 활동하는 지인이 의아해하며 바라본다. “언니. 1년 전과는 정말 다른 향을 선택했는데?” 1년 전에도 지인을 통해 감정오일을 체크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무향에 끌렸는데, 다시 만난 오늘은 오렌지향에 후각과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며, 지인의 아로마오일 이야기에 집중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로마 오일은 식물에서 추출된 오일이며, 특유의 향기와 살균, 재생 등 치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지인이 추천한 향이 있었는데, 코에 가까이 가져가자 다른 향에 비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그 향은 유향(보스웰리아)이라는 것으로, 굳은 나무 수액에서 나는 향이라고 했다. 아기예수가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바친 3가지 선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귀한 향인
넌 사랑 그 자체야 “엄마, 할매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하는 아이의 꾹꾹 누른듯한 목소리. 이미 두 눈엔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그래, 많이 참았다 싶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지막 손녀로 할머니에게 기쁨의 존재였던 우리 아이. 그 사랑에 답하듯 손녀는 지난여름 할머니가 우리 곁을 떠나시기 전까지 지치지 않고 지극한 사랑을 보냈다. 아이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행여 희미해지고 기억에서 지워질까 슬퍼하고 있었다. “○○야, 네가 할머니와 한 일을 다 기억하든 못하든 너는 할머니한테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해 줬어.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야. 엄마도 할머니를 사랑했지만, 너만큼 순수하지는 못했을 거야. 너는 어떠한 이익이나 요구하는 게 없는, 그러니까 마음이 하는 사랑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사랑이었어. 사랑 그 자체였다고 생각해.” 나는 눈물 콧물로 젖은 아이를 꼭 안으며 말했다. “넌 사랑 그 자체”라고. 레스터 레븐슨은 <세도나 마음혁명>에서 행복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이 사랑이고,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아이의 순수한 눈빛과 그런 손녀를 향한 애
시절인연과 커피 체리 푸념을 내뱉듯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 좋은 일들만 있으면 좋겠어.” 하는 내 말에 친구는 나지막하게 대답한다. “그건 너의 욕심이야.” “너의 바람과 마음을 접고, 타인의 눈으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좋겠어. 그러면 각자의 감정, 상황도 보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까? 나는 네가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의 시절인연을 만났고 너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시간, 사건들 속에서 너 자신을 돌아보면 보이지 않았던 모습도 보이면서 성숙해지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나는 너에게 그런 의미 있는 시간이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네 옆에 함께 있을게.” 불교 신자다운 그녀의 시선과 조언, 좋은 친구를 곁에 둔 것 같아 힘들었던 마음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봄빛이 땅에 베인 듯 노란 낙엽들을 살포시 밟으며 걷다 보니 나도 가을의 일부가 된 느낌이 든다. 계절의 변화 안에서 잎이 떨어지고, 때가 되면 다시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나무, 나 또한 인생의 특정 시기에 만나는 사람과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겪으며 성장하는 나무와 같진 않을까? 성장하는 나무, 그 가지에
행복의 진수(真髄) ‘오늘 행복한 사람은 내일도 내년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라는 말과 마주치게 되었다. –최경규 작가의 글 중에서- 왜 오늘 행복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가? 만약 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이 좋은 일이나 환경을 인해 얻은 것이라면 내일도 오늘과 같은 행복을 보장받을 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일도 똑같이 좋은 일이 생길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일까? 성공한 사람은 주는 사람(Giver)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이 받을 것을 먼저 생각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다. 성공자들은 지식이나 따뜻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주어 감사의 마음을 받아 자기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그 감정을 통해 주는 기쁨을 배운다. 긍정심리학 제1인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셀리그만(Seligman) 교수는 우리가 행복을 느끼기 위한 요소로 PERMA 이론을 제시했다. P는 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감정, E는 engagement 몰입, R는 relationships 인간관계, M는 meaning 의미, A는 achievement 성취감의 약칭이다. 성공자들이 느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