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이 만드는 작지만, 아름다운 변화들 비 내리는 주말 아침, 지하철역에 내려 우산을 펼쳐 든다. 또르르 우산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방울 소리가 내 마음까지 촉촉이 적셔주어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멜로디에 맞춰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본다. 이윽고 도착한 근무 장소는 강남에 있는 헌혈센터이다. 왠지 오늘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것 같다. 서둘러 가운을 갈아입고, 여느 때처럼 헌혈자 맞이를 위한 준비를 한다. 채혈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도 하고, 헌혈 후 제공할 급식품도 충분히 준비해둔다. 주말은 평일보다 센터를 방문하는 헌혈자가 많다. 그래서 주말 아침 간호사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비 내리는 날씨지만 평소 주말과 다름없는 예약자 리스트를 보며 호출 벨을 누른다. “딩동” 501번 예약자님 문진실로 오세요.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데 문진실로 들어오는 헌혈자님의 표정이 어둡다. 혈압을 측정하는 동안 이전 헌혈 경력과 검사 결과를 확인해보며 어두운 표정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이어서 문진을 하는 중 그가 불쑥 나에게 말을 건넨다. “엄마가 헌혈하는 것을 싫어해요.” 미성년자면 간혹 부모 반대가 종종 있지만, 성인
중국의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화씨(和氏)란 사람이 산 속에서 옥(玉)의 원석을 발견하여 여왕(藇王)에게 바쳤다. 여왕이 보석 세공인에게 감정을 시켰더니 보통 돌이라고 했다. 화가 난 여왕은 화씨를 월형(刖刑 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 여왕이 죽고 무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이번에도 옥 세공인은 쓸모없는 돌이라고 감정을 했고 이번에는 나머지 발뒤꿈치를 잘리고 말았다. 무왕에 이어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끌어안고 초나라 산 아래서 사흘 밤낮 을 울어 나중에는 눈물이 마르고 피가 나왔다. 이 소문을 듣고 문왕이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묻자 자신은 ‘형벌을 받아서 슬피 우는 것이 아니라 옥을 돌이라 하고 올바른 사람을 미친놈이라 욕하는 것이 슬퍼서 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감동을 받은 문왕이 옥돌을 세공인에게 맡겨 갈고 닦게 하니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이 영롱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왕은 곧 화씨에게 많은 상을 내리고 그의 이름을 따서 이 명옥을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명명했으니 저 유명한 화씨의 옥이다. 《한비자》 화씨(和氏)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화씨지벽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마천의
깊은 잠이 혈액을 맑게 만든다 입사한 지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에게도 퇴직이라는 단어가 요즘 자주 떠오른다. 직장이란 울타리 안에 있는 동안은 느끼지 못할 듯한 감정, 불현듯 그날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맞이할까 하는 두려움에 나는 때로 눈을 감는다. 마치 데자뷔처럼 자주 떠오르는 이 불안감의 시작은 어쩌면 인생 후반전 준비가 덜 되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5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듯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지 묻고 싶다. 내 경우, 은퇴까지 남은 시간, 대충 10년이 남은 듯하다.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이지만, 내가 느끼는 은퇴라는 시간의 길이와 다름을 느끼는 이유를 나의 부덕에서 찾을 때면 나는 나를 잃곤 한다. 그래서 나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하여 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바로 성장할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낮에는 직장인으로서, 저녁에는 주부와 엄마로서 1인 3역 이상을 해야하는 처지의 나에게 이런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한가지 길은 바로 수면을 줄여보는 일이었다. 하루 24시간,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 (present)이지만, 나는 그 선물을 충분히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반문한다. 그리
오래 전 시골에 있는 조그만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새로 내부를 단장한 조그만 교회였는데 옹이가 촘촘한 판자로 벽을 두른 예배당에서는 아름다운 무늬와 함께 나무 향이 그윽하게 풍겨왔다. 무척 아늑했다. 잠시 눈을 감고 향기를 음미하노라니 깨달음이 수묵처럼 스며들었다. 그렇다. 나무의 생채기가 옹이를 만들고 그 옹이에서 향내가 풍겨오듯 내 영혼의 향기는 주로 상처에서 나온다. 난생 처음 미국을 간다고 어린애 마냥 좋아하던 아내가 보름이 지난 다음 돌아왔다. 그런데 썩 즐거운 표정은 아니었다. 무릎과 손바닥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돌아왔는데 대자연의 장엄함에 절로 무릎이 꿇렸는지 하필이면 이 세상 최고의 절경 가운데 하나라는 그랜드 캐년에서 넘어졌단다. 보름이 지난 지금도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면 자칫 응급 구조대를 부를 뻔 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가 보다. 아무튼 상처 때문에 여행기간 내내 힘들었다고 투덜거리는 아내를 달래다 보니 문득 그 때 보았던 예배당의 옹이가 생각났다. 낫에 베인 상처, 운동회 때 넘어진 상처, 거울을 보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응급실 신세를 졌던 상처 등 내 몸에도 몇 개의 중요한 상흔들이 있다. 세월이 흐른 다음 아픔은 없
한글은 세계가 인정하는 탁월한 문자이자 우리 민족의 자랑입니다. 그 독창성과 과학성은 전 세계 언어학자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한글을 창제 원리에 맞게 배우고 가르치고 있을까요? 40년에 걸친 저의 심층 탐구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오늘날 한글 교육이 훈민정음의 본래 정신에 벗어난 ‘5가지 이론 오류’로 인해 오히려 학습자들을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통념은 한글을 그저 암기해야 할 복잡한 대상으로 만들고, 그 속에 담긴 세종대왕의 위대한 사상과 과학을 가려왔습니다. 세종대왕의 창제 원리에 기반해, 한글 교육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훈민정음 5가지 이론 오류, ‘소릿값 규칙’으로 되살리다 저는 『훈민정음 해례본』 원문 분석을 통해 오늘날 혼란을 야기하는 다섯 가지 주요 오류를 지적합니다. 저의 연구는 이를 바로잡아 훈민정음의 본래 정신을 되살리고, 한글 학습의 근본적인 혼란을 해소하고자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용어 정의 : • ‘소릿값’은 ‘ㄱ’이나 ‘ㅏ’ 같은 낱자를 알아들을 수 있게 내는 소리. • ‘발음’은 ‘가’나 ‘족’처럼 완성된 글자(음절)를 알아들을 수 있게 내는 소리. 첫째,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오자서(伍子胥 BC?-BC484)는 사마천이 『사기열전』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공자가 『춘추』에서 매우 우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문무를 겸한 인물로 용맹하고 지략 또한 뛰어나서 오나라 왕 합려를 도와 오나라를 춘추오패의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사마천이 사기 열전(列傳)을 편집할 때 오자서를 맨 처음에 수록하려 했을 만큼 불세출의 영웅이었지만 ‘백비(伯嚭)’라는 간신을 오왕 합려에게 천거하는 과오를 범했기에 열전의 첫 자리는 백이숙제(伯夷叔齊)에게 넘어갔다. 그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었고 명문 귀족 출신이었다. 그러나 간신 비무기의 모략에 빠져 아버지와 형을 잃고 천신만고 끝에 오나라에 망명을 했다. 그리고 기반을 닦은 다음 원수를 갚기 위해 초나라를 공격한다. 그때 오자서의 둘도 없는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신하였던 사람이 그의 주군과 조국을 친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하면서 간곡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 때 오자서는 “일모도원(日暮道遠)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신포서의 만류를 뿌리치고는 초나라의 수도로 진격을 했다. 그 말인즉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무니 모로든 거꾸
매일 10분, 이것만으로도 하지정맥이 해결된다고? 간호사라는 직업은 서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나 역시 채혈 간호사로 근무할 때 헌혈센터를 종종걸음으로 다니다 보면 퇴근할 땐 다리가 붓고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면 묵직한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던 어느 여름날, 태어나 처음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는 다리의 정맥 내 판막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하는 것을 포함하여 하지의 표재정맥이 비정상적으로 꼬불꼬불 해져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질환이다. 이 수술을 받은 후 나는 혈액순환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나 역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바쁜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 그때의 결심은 멀어져 가고 일상 속에서 운동은 그저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혈액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 벽은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손발은 차가워지고, 기억력 저하, 만성 피로, 피부 노화 등 혈액순환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갱년기나 노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