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 사회적 맥락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말을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끝인사로 으레 ‘수고’를 써서 인사를 건네다 보니 요즘은 너나없이 많이 쓰는 인사말이 되었다. 실제로 ‘수고하다’가 두루 많이 쓰이므로 윗사람, 아랫사람 구별 없이 인사말로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고, 이는 쓰임새만 생각한다면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 인사말을 듣는 상대방이 윗사람이라면 언짢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써 온 이 인사말이 왜?’ 하며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의문을 풀어나가기 위해 ‘사회에서의 경어법’을 다룬 언어 예절 자료[국립국어원 누리집 자료, “표준 언어 예절”-경어법]를 살펴보자. 여기에 아래와 같이 ‘수고하다’를 인사말로 쓰는 경우를 다룬 내용이 있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퇴근하면서 남아 있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는 ‘먼저 가겠습니다.’와 ‘내일 뵙겠습니다.’이다. ‘먼저 가겠습니다.’ 대신 ‘먼저 나가겠습니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등으로 인사할 수 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에 대해서는 요즘에는 나이 든 사람들 가운데서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 즈음이 되면 개개인, 사회, 나라 모두가 관심을 두고 너나없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응원하게 된다. 응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응원하는 데에 힘내라는 뜻으로 전하는 말이나 글이 빠질 수 없다. 응원 글이나 말 또한 여러 유형이지만 흔히,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보기를 바라. 그동안 공부한 거 실력 발휘 다하고 오기 바라. 시험 잘 보고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기를 바라. 와 같이 ‘바라다’를 쓰게 된다. ‘바라다’가 “생각하거나 바라는 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니 그럴 만하다. ‘바라다’를 쓰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데... 위에 쓰인 문구에서 ‘바라’가 눈에 띄면서 ‘바라’가 맞나? 하고 물음표를 하게 된다면, 이제 그런 의구심을 지우고 ‘시험 잘 보기를 바라.’, ‘꼭 합격하기를 바라.’처럼 ‘바라’로 자신 있게 쓰라는 말을 전한다. 흔히 ‘무엇을 하기 바래.’처럼 ‘바래’를 쓰기도 하지만, ‘바래’는 ‘색이 변하다.’ 뜻을 나타내는 ‘바래다’의 활용형이고 ‘바라다’는 ‘바래’로 활용할 수가 없다. 용언에서
맞춤법은 ‘한글로써 우리말을 표기하는 법을 체계화한 규정’으로 정의한다. 맞춤법은 곧 규정(규칙으로 정하여 놓은 것)이고 ‘규정’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 그대로, 쉽지만은 않다. 신경 써야 하는 일이고, 그래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맞춤법 중에서 무엇이 가장 헷갈리는지 조사해 보니, 단연코 띄어쓰기였고, 띄어쓰기를 제외한 표기에서는 ‘되’와 ‘돼’였다. ‘되/돼’를 어려워하다 보니 이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설명들을 내놓는다. 그런데 어떤 설명도 듣는 이에게는 시원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맞춤법과 관련해서 질문해 보시라고 하면 여전히, 흔히 ‘되’와 ‘돼’를 묻는 것을 보면 말이다. 위 사진에서 “‘이-’와 ‘히-’”는 붙임표를 앞으로 하여 ‘-이’와 ‘-히’가 되어야 하고, “‘않’와”는 ‘않’과가 되어야 함을 밝힌다. 이제 “‘되’는 언제 쓰이고 ‘돼’는 언제 쓰일까?”를 이해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여러 가지 설명들을 내려놓고, “‘돼’는 ‘되어’의 준말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한글 맞춤법’을 기본으로 삼아 이해해 보자. ‘한글 맞춤법’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5절 준말에 ‘되/돼’ 구별의 열쇠가 있다. 제35항 붙임 2를 살펴보
‘가능한’ 빨리 오세요? ‘가능한 한’ 빨리 오세요! '가능하다’라는 말이 의미가 좋아서인지(‘가능하다’ 뜻: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다.) 일상에서도, 공공언어에서도 참 많이 쓰인다. 그중에서도 ‘되도록, 가능하다면’이라는 뜻을 나타내어야 하는 상황 맥락이 많다 보니 ‘가능한 무엇을 하세요.’나 ‘가능한 한 무엇을 하세요.’ 같은 표현이 눈에 많이 띈다. 여기에 ‘가능한’이나 ‘가능한 한’을 다 쓸 수 있을까? 답을 말하자면 ‘아니다.’ ‘한’이라는 말이 있고 없고에 차이가 있는데 두 표현이 같을 리가 없다. 여기에서는 ‘가능한 한’을 써야 맞는다. ‘가능한 한’이 맞는데도 ‘한’이 연달아 나와서인지 뒤에 있는 ‘한’을 빼고 ‘가능한’으로 쓰는 경우가 정말 많다. 우리는 상당한 시간 동안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문을 보아 왔는데이런 글에는 ‘되도록’ 무엇을 하라든가 하지 말라든가 하는 표현이 많이 나오게 되어 있다. 아래에 보인 경우도 그러한데, 이를 예시로 하여 여기에 쓰인 ‘가능한’이 맞는지, ‘가능한 한’이 쓰이는 문맥은 어떤지 살펴보자. 사진에서 ‘가능한’이 쓰인 문구를 옮기면 • 가능한 서로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을 바라
귀를 의심했다. 재우쳐 물었다. “정말, 우리나라가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그렇다니까!” 이 대답이 돌아왔을 때의 감격이란, 하!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감격의 전율은 계속되고, ‘노벨 문학상’이라는 글씨만 봐도 어깨가 펴진다. 사실, 진즉에 됐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노벨 문학상에서 번번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기에 노벨 문학상이 우리에게 돌아왔다는 팩트(fact)에 충만히 기쁘고 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절도 ‘가을’인데, ‘문학상’ 소식까지, 이런 금상첨화가 만들어지니 올가을은 더더욱, 책 읽기에 우리를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다. 여기저기에서 ‘노벨 문학상’, ‘노벨문학상’이라는 표기가 쏟아져 나와서 이 표기를 매일매일 대하게 되니, 음... 띄어쓰기가 다르네? 하는 생각에도 이르게 되는 모양이다. ‘노벨 문학상, 노벨문학상’ 중에서 띄어쓰기로는 뭐가 맞느냐는 질문을 해 온다. 답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맞는다. 띄어쓰기에는 원칙과 허용이 있다. 원칙은 ‘각 단어를 띄어 적음’이고, 허용은 ‘붙여 적을 수 있음’이다. 허용 띄어쓰기 범위는 한정되어 있는데, 허용 띄어쓰기가 활발히 적용되는 데가 ‘고유 명사’와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금처럼 말은 했어도 그 말을 그대로 쓸 수가 없었다. 내가 하는 ‘말’을 ‘글’로 적을 수 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그 일은 바로 세종 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우리말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렵다고 하고 외국 사람들은 쉽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는 문법 대상으로서 우리말을 대하는 일이 많고, 외국 사람들은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처럼 해당 언어를 그 나라의 자음과 모음으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즉 ‘소리’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에 일단 집중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말이 쉽다는 건 소리를 그대로 자음, 모음이라는 기호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글을 ‘표음 문자(表音文字)’라고 하는데, 이는 소리가 있으므로 글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며, 소리와 표기의 상호작용이 활발함을 의미한다. 그럼, ‘돐’로 쓰이던 말이 ‘돌’이 된 이유는... 바로 ㅅ을 발음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예전에는 겹받침의 ㄹ과 ㅅ을 모두 발음했지만, ㅅ을 발음하지 않게 되니 그 발음을 표기할 이유는 사라졌고 그래서 표기는 ‘돐’에서 ‘돌’이 된 것이다. ‘돐’이 ‘돌’
올해도 어느덧 시월까지 오게 되었다. 한 해가 ‘시작!’ 하면 무섭게 달려가니 ‘벌써?’라는 말을 자꾸 하게 된다. 이제 새달인 시월을 맞이하면서 달력을 훑어본다. 시월은 이른바 ‘빨간날’이 이틀이나 된다. 게다가 올해는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서 사흘이나 빨간날이다. 1일 국군의 날,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 참 의미심장한 날들이다. 모두 ‘우리나라’의 ‘존(存)’, ‘립(立)’과 관련이 깊다고 여겨지니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라는 말을 하니, ‘우리나라, 저희 나라’ 같은 표현 문제가 떠오른다. 이들 표현을 놓고 설왕설래했던 적도 있고 해서 이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 보려고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사람들인 우리는 ‘우리나라’라고 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우리’와 ‘나라’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한 단어)이다. 대명사 ‘우리’의 뜻이 그대로 나타나는 ‘우리 학교, 우리 엄마’ 같은 경우가 아니고, 대명사 ‘우리’와 명사 ‘나라’ 각각의 뜻을 넘어서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 합성어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은/한국은 사계절이 있어요.’가 아니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날짜, 시간 표기에 쓰이는 문장 부호 잘 써 보기 하루아침에 가을이 되었다. 손바닥만 한 그늘만 있어도 그곳을 디디지 않고는 걸을 수가 없던 땡볕 여름을 지나 이제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깥을 거닐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움직이기 좋은 계절에, 그간 무더운 여름이라 미뤄 두었던 모임이 하나둘 생겨날 법하다. 모임을 알리는 정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날짜와 시간이다. 날짜와 시간을 쓸 때 여러 문장 부호가 쓰이는데, 참으로 여러 표기 방식이 눈에 띈다. 문장 부호 쓰임이 정해져 있는 만큼 그에 따라 날짜와 시간 표기를 해 보자. 흔히 날짜와 시간을 묶어서 ‘일시’로 표현하곤 하는데, 그럼 아래에 보인 일시 정보를, 문장 부호를 총동원해서 표기한다면? 일시는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입니다. - ‘일시는’의 ‘는’은 쌍점( : )으로 - ‘년’, ‘월’, ‘일’은 마침표( . )로 - 요일은 소괄호( ( ) ) 안에 넣어 - 시간은 물결표( ~ )를 써서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일시: 2024. 10. 9.(수) 13:00~17:00 흔히 쌍점을 앞말(표제어)과 띄어서 쓰기도 하지만, 조사 ‘은/는’ 자리에 쌍점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2024년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추석이 구월 중순에 있고, 매우 무덥던 여름 기세가 꺾이지 않아 아직도 한낮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그래도 명절이 다가오니 들뜨고 즐거운 마음에 밝게 인사를 나누게 되고, 길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쓰인 추석 인사말들도 흥을 돋웁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이런 인사말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읽기도 하는데, 그 뜻이야 모를 리 없건만 문법적으로는 어정쩡합니다. 문법적 직관이 발동된다면 ‘저 표현이 맞는지...?’ 하며 고개를 기웃거릴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이 ‘국어 잘 쓰는 법’을 아는 만큼 표현을 잘할 수 있겠지요. “즐거운 추석 되세요.”와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는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시-’가 포함된 ‘-세요(‘-시어요’의 준말)’가 쓰였다는 점에서 ‘당신이 즐거운 추석이 되세요.’, ‘당신이 풍성한 한가위가 되세요.’처럼 상대방을 주어로 삼은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상대방에게 ‘즐거운 추석’이나 ‘풍성한 한가위’가 ‘되’라고 하는 문장이 되고 마는데, 사람이 추석이나 한가위가 ‘될’ 수는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