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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유은지 작가 에세이

보이지 않는 유리벽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걸요.”

 

오늘도 어깨를 축 늘어뜨린 한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무엇인가 시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그 현실의 벽이란 경력, 학력 등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들로 인하여 원하는 분야로 진입이 어렵다는. 그래서 마음이 힘들다는 것이다.

 

 

가끔 자신의 환경과 한계를 이야기하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답답한 마음에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 곤충학자가 벼룩의 점프력을 확인하는 재미난 실험을 했다. 일반적으로 벼룩은 자기 몸의 100배가 넘는 높이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한다. 30cm 정도 높게 뛰어오를 수 있는데 사람으로 따지면 고층 빌딩 높이까지 뛰어오르는 것과 같다. 이런 벼룩을 15cm 투명한 유리병에 넣고 덮개를 덮으면, ‘탁탁소리가 들린다. 벼룩이 뛰어오르며 덮개에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얼마 뒤, 그 소리는 멈추게 되는데 이때 학자는 신기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30cm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이 덮개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15cm 높이로 일정하게 뛰는 것이다. 잠시 뒤 덮개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은 덮개의 높이만큼만 뛰어오른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벼룩 효과라고 한다.

 

벼룩 효과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돈이 없어서 힘들 것 같아.’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 일은 어려워.’

 

나이가 많아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버릴 때 우리는 유리병 속의 벼룩과 같이 자신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한계를 정하고 그 이상 할 수 없어.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없고, 나이를 핑계로 도전보다는 뒤로 숨었던 적도 많았다. 외부에서 주는 한계의 벽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놓은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주저앉아 많은 가능성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삶의 장애물은 존재한다. 유리병을 덮었던 덮개처럼.

 

만약, 실험의 벼룩처럼 가로막고 있던 덮개가 사라졌음에도 더 높게 뛰어오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면, 자신의 상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걸림돌은 외부의 자극이 아닌, 자기 스스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앞서 말한 벼룩 실험에서 추가 실험이 이루어지는데, 유리병을 알코올램프에 올려두었다. 유리병이 점점 뜨거워졌고 벼룩은 덮개 높이보다 훨씬 높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낀 순간 벼룩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했던 것이다. 다시 뛰어오른 벼룩은 깨닫지 않았을까. 자신은 원래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존재였음을 말이다.

 

한참을 이야기 하던 청년은 조용한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노력해 보겠다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자격증이지만 도전해보겠다고 말이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재단하고 있다면,
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다.

정말 극복이 불가능한 문제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유리 벽 앞에 자신을 세워두고, 여기까지가 한계이니 할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할 수 없어.”라기 보다, “할 수도 있겠다.” 부족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경험해 보겠다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좀 더 열어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