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5.5℃구름조금
  • 강릉 25.6℃흐림
  • 서울 28.2℃구름많음
  • 대전 27.4℃흐림
  • 대구 27.1℃흐림
  • 울산 25.4℃구름많음
  • 광주 26.8℃흐림
  • 부산 28.4℃구름많음
  • 고창 25.8℃흐림
  • 제주 27.2℃
  • 강화 24.6℃구름많음
  • 보은 24.6℃흐림
  • 금산 24.9℃흐림
  • 강진군 26.3℃흐림
  • 경주시 24.9℃구름많음
  • 거제 26.6℃흐림
기상청 제공

2024.09.20 (금)

유은지 작가 에세이

기억되는 사람

 

 

며칠 전, 한 장의 명함을 받았다. 우연히 받은 명함에 독특한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향기였다. 코끝을 살포시 스치는 라일락 꽃향기가 명함 끝자락에서 느껴졌다. 그 덕분에 어딘지 모르게 안정감이 찾아왔다.

 

 

 

명함에서 좋은 향이 나는데요.”

 

. 제가 아침에 실수로 가방에 향수를 쏟았는데 그 향이 명함에도 스며든 것 같아요.”

 

실수로 쏟은 향수 때문에 명함에서 향기가 나는 상황이 되었지만, 명함의 향으로 이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루에도 수십 장의 명함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은 기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명함을 보고도 상대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전해 받은 명함에서 좋은 향이 난다면, 그 대상을 좀 더 기분 좋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 용어 중에 각인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학자 로렌츠에 의해 유명해진 개념인데, 새끼 오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온 것이다.

 

새끼 오리들이 한 남성을 종종거리며 따라가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실험의 대표적인 결과이다. 로렌츠는 인공부화기에서 부화시킨 새끼 오리들이 태어난 순간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마치 어미 오리처럼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후 초기에 나타나는 본능적인 행동을 각인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기억되게 하려면 어떤 경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했을 때,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것은 새끼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각인한 것처럼 상대에게 나를 새기는 과정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를 기억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다. 사람은 타인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더 많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나기 전, 만남의 대상에 대하여 사전에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나를 기억시키기 위해 나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열거하기보다 상대의 정보에 관심을 보이고 그와 공통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어떨까? 아마도 상대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공통분모가 많은 나를 좀 더 쉽게 기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인식시키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보고, 그것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또는 남과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를 인식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대상을 떠올렸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상대에게 긍정적인 기분, 느낌을 주는 것은 나를 기억시키는 방법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좋은 외모, 호감이 갈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나를 기억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만남에서 불편한 감정이 든다면, 아마도 그 대상은 부정적인 인상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만남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적당한 유머와 칭찬으로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 또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일 것이다. 관계는 느낌, 기분이 중요하기에 상대와의 만남에서 좋은 기분을 들게 한다면 나를 기억시키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오늘의 만남에서, 라일락향을 풍기는 명함의 주인은 아마도 이렇게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그분.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었어. 그리고 라일락 향 때문인지 안정감을 주기도 했지만, 대화 속에서 배려가 깊은. 어딘지 모르게 기분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