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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김연희 작가 에세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너에게

나도 언니처럼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얼마 전 신문에 연재된 내 글을 읽은 지인이 보낸 문자이다.

 

 

 

언젠가 통화를 할 때도 글쓰기에 관심을 보이길래뭐라도 좋으니까 일단 써. 가장 접근하기 좋은 게 블로그인 것 같아. 닉네임으로 통하니까 네가 누군지도 몰라. 일기도 좋고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면 점점 글쓰기가 익숙해질 거야. 편하게 접근해 보자.”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지인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나의 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쓰기는 무조건 쓰는 수밖에 없어.

 

매일 딱 한 줄이라도.

 

일단 시작해 봐.

 

그럼 고민의 내용도 달라질 거야.”

 

정말 이번엔 지인이 시작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작을 해야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일에 해당이 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저질러봐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방향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나는 호기롭게 시작하고 중도 포기한 것들이 많다. 주변에선 내가 시작은 잘하는데 끝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남편과 어쩌다 자격증을 따겠다며 들인 시간과 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히 입 다물 수밖에 없지만, 후회한 적은 거의 없다. 시행착오 과정을 겪었기에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할 때 참을 수 없는지도 깨달았다. 비록 지름길이 아닌 우회도로 같아 보일지라도 처음부터 내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인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게 물어왔다. 많은 사람이 같은 고민을 하며 주춤거리고 있으리라.

 

아무 데서나 시작하라.”

 

미국의 현대 음악가 존 케이지는 이런 말을 했다.

 

출발선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시작하는 그 순간이 그냥 시작인 것이다. 우리는 출발과 도착점이 정해져 있는 운동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인생 트랙에서 멋진 레이스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지인이 글쓰기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든 시작해 보길 바란다. 현재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성장을 바라는 것이 사람이다. 이 작은 시작이 지인을 어디로 안내할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현재 내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을 줄은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삶이 내게 준 선물이지만 그저 오지는 않았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남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시간을 흘려보냈고, 돈이라는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경험은 오늘의 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나 시작할 수 있다. 시작을 망설이는 그때가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할지도 모른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또한, 시작한다고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새로운 문제를 받아들 수는 있다. 같은 문제를 백날 들고 있어 봐야 그 자리다. 우리는 새로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어디가 되었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