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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목)

유은지 작가 에세이

일상의 흑과 백

유은지 작가

 

 

신호등 앞에 한 어르신이 리어카에 몸을 기댄 채 앉아있다. 너무나 얇은 몸에 작은 체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작은 몸집에 비해, 리어카에는 폐지와 철근들로 가득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인데,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물건들을 모으셨는지.’ 새벽 내 리어카를 가득 채웠을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오늘은 좀 괜찮은 벌이가 되셨을까.’ 하는 짧은 궁금증이 스쳤지만, 리어카와 어리신의 모습이 마치 거대한 코끼리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것처럼 느껴져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빨간불이었던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하자 어르신은 거대한 리어카를 끌고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너무 큰 무게여서인지 리어카의 바퀴는 아주 천천히 굴러간다. 그러다 툭. 하고 종이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어르신은 상자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파란불이 빨간 불로 바뀔세라 걸음을 재촉한다.

 

저 종이상자 주워드려야겠다.’ 하는 순간, 등굣길인 한 고등학생이 재빠르게 주워 올리고는 묵직한 리어카를 천천히 뒤에서 민다. 스쳐 지나가기 바쁜 어른들 사이에서 먼저 나서는 학생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우리 사회가 누군가를 도울 잠시의 시간도 할애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흘러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가까스로 리어카는 반대편 길에 도달했고, 두 사람은 짧은 고개 인사로 각자 길을 다시 걷는다. 신호등이 바뀌는 그 짧은 순간 목격한 이 장면은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폐지 줍는 노인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계경제가 어려워서 일 수도 있고, 그냥 폐지를 줍는다는 사람도 있다. 주변의 한 어르신도 자녀의 용돈으로 충분하지만, 폐지를 주우면 작은 돈이라도 스스로 벌어 손주 용돈을 챙기는 낙으로 폐지를 줍는다는 분도 있다.

 

 

폐지를 줍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편견은 버려야겠지만, 작년 연말, 폐지 줍는 노인이 4만 명을 넘고, 그 수익은 월에 16만 원 남짓이라는 기사를 떠올려보면, 우리 주변에는 생계를 위해 밖으로 나오는 노인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분들 중에는 과거에는 자신의 가족과 회사를 위해 힘쓰며 살아왔을 것이고, 나이가 들어 사회의 일원이기보다 조금은 고립된 환경에서 생계를 위해 또다시 살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저 폐지 줍는 노인이 주변에 있구나 하고 넘기기에는,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고, 사회의 한 면으로 소외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금만.’이라는 시각으로 주변을 둘러보아도 좋을 것 같다.

 

 

떨어진 종이상자를 주워 뒤에서 리어카를 밀었던 학생은 바쁘게 스쳐 지나간 어른들 보다. 뒤에서 주춤이며 망설였던 나보다 조금 더를 실천한 사람인 것이다.

 

폐지 줍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는 안전한 일자리를 위한 노력을 점점 더 확대해가고 있다.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다 보면 좀 더 나은 여건이 조성이 되지 않을까? 

 

태양이 빛나면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생긴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밝은 면도 있지만 어두운 면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아주 작은 관심이 그늘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