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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김연희 작가 에세이

좋은 글을 위한 보이지 않는 시간

김연희 작가

 

 

새벽의 고요를 깨던 노트북의 키보드 소리가 처음과 다르게 점점 작아지더니 기어코 손이 멈춘다.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글이 전개되고 있어서이다. 어쩌면 두 개의 글로 분리해서 쓴다면 훨씬 매끄럽고 부드러운 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글을 나누고, 각각의 글에 살을 붙이고, 모양을 내자 꽤 괜찮은 글로 완성된다.

 

 

언제 이렇게 글을 보는 눈과 써내는 힘이 생겼지?”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무언가 보이지 않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직감한다.

 

 

한동안 필요한 글만 썼던 시기가 있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언제든 내가 원하는 글 정도는 거뜬하게 쓸 수 있겠지라는 자만심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글이 주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고 거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자신은 속일 수가 없는 일이다. 글 앞에서 머뭇거리기 시작했고 글 쓰는 일이 만만하지가 않고 불편했다.

 

그 마음을 깨달은 날부터 나는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쓰기 위한 보이지 않는 일을 시작했다. 마치 도도하고 우아해 보이는 백조가 물밑에서 부지런히 발을 동동거리는 것처럼.

 

나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매일 무엇이라도 쓰는 것이다. 이미 원숙한 단계에 있는 기성 작가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매일 쓰는 글과 어쩌다 필요해서 한 번씩 쓰는 글의 질은 분명히 차이가 나지 않을까?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는 글에 대한 감을 유지하는 길이고, 글 쓰는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닌 밥 먹고 커피 마시듯 예사로운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흔히,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긴다.’라거나 평범함이 비범함을 만든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노력이 결국 특별한 결과도 만들어낸다는 말일 것이다. 내가 매일 쓰는 평범한 글이 평범하지 않은 글을 하나씩 만들어갔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인 것처럼 말이다.

 

조윤제 작가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서 비범한 힘은 평범한 일상에서 축적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평범한 일상은 글쓰기가 예사롭게 느껴지는 것이고, 비범함은 예사롭지 않은 글을 쓰는 힘이다.

 

생각해 보면 한 번이라도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이런 노력과 마음을 쏟아본 기억이 없다, 내가 시작하는 그때가 가장 적당한 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에겐 지금이 그때인가 보다. 지금 나는 여태껏 한 번도 쏟아본 적 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이 글을 쓴다.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쓰고, 불쑥 올라오는 감정에 대한 글도 쓴다.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면 가끔 의도하지 않은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수많은 평범한 글이 쌓이고 쌓여 조금은 특별한 글을 대수롭지 않게 쓸 그 날을 기다린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