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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리키마루 사치코의 행복씨앗

기다림은 불편한 것이 아니다

 

리키마루 사치코 (주오대학교 교수)

 

 

언제부터 거리에서 공중전화를 볼 수 없게 된 걸까.  가끔씩 공중전화 박스를 보기도 하지만 안에 전화기는 없다.  어린 시절, 공중전화는 급한 일이 있을 때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집 전화를 사용하고 있을 때 이용하는 편리한 도구였다.

 

이제는 그런 제한이 없다. 각자가 휴대전화를 가져 다니고 있다. 와이파이만 있으면 앱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에 전화를 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원하는 상대와 원하는 대로 대화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자유의 대가로 무엇을 잃었을까? 사람들은 원할 때 전화를 걸면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고, 인내심을 잃은 것 같다. 우리는 더욱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받았고,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빼앗겼다.

 

 

조선 중기의 시인, 기녀, 작가, 서예가, 음악가, 무희였던 황진이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남성의 방문을 기다리며 나뭇잎이 흩어지는 소리조차 그 사람이 오는 발자국 소리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읊었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대이기에 사랑은 더욱 불타오르고, 답답한 마음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동시에 기다리는 마음은 인내심을 키웠고, 또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탄생시켰다.

 

 

만약 황진이가 현대사회에 살고 있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오지 않는 연인에게 메일을 보낼까, 아니면 직접 전화를 걸까.

 

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애인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릴까.

 

아니면 그런 남성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앱으로 다른 남성을 찾았을까.

 

남자를 기다리면서 동영상을 보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리운 마음을 블로그로 남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현대까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학 작품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줄어들면 일상생활은 편리해진다. 반면 시간의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우리는 그 흐름 속을 헤엄쳐 가기에 정신이 없게 된다.

 

때때로, 아주 잠깐이라도 지나가는 시간과 조용히 마주하는 한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낮이 긴 이 여름에 그런 생각이 든다.

 

리키마루 사치코 교수는

일본 주오(中央)대학 법학부 준교수

 

외국어를 좋아하는 일본인 교수, 세계 7개국 언어 가능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최경규작가 저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일본어로 번역(あなたのせいではありません)(2024년),

 

“세종 한글로 세상을 바꾸다" 라는 책을 공동번역(2022년).

 

김미경학장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2021년)및 최경규작가 “마음에 길을 묻다" (2023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