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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금)

유은지 작가 에세이

삶이 의미없다고 생각될 때

유은지 작가

 

삶이 크게 의미가 있지가 않아요. 이대로 죽어도 그냥 뭐. 괜찮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중년의 한 남성을 마주하고 있다.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아내는 암 선고를 받고 누워 있다고 했다.

 

앞으로 즐기면서 살기로 했는데. 날벼락 같은 일이었어요. 병상에 누워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아내를 보자니 인생이 허무하게만 느껴지는군요.”

 

지인의 병문안을 위해 잠시 들른 병실 로비에서 눈빛에 초점을 잃은 채 이야기를 하는 이름 모를 어르신에게 그렇다 할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집으로 오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내의 병환 앞에 허무함을 읊어대는 남성을 보고 있자니, 저 마음은 어떠할까 생각하게 된다. 함께 하자 약속했던 것들을 함께 할 수 없는 순간이 올 때, 삶의 시계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더 낫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언어는 어쩌면 반어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다.

 

삶의 무의미에 대해 고민했던 쇼펜하우어도 이런 말을 했다.

 

죽도록 잘 살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그리고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길.

 

한 번 이상은 원했으며,

 

사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그 옛날 사상가, 거장들이 삶에 대해 고민했듯이 세대를 거쳐도 인간사는 비슷한가 보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이렇게 힘든 것보다 죽는 게 더 편하려나?’ ‘얼마나 꽃길을 걸으려고 이 고생을 하나.’ ‘다음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 번 이상은 해본 듯하다. 그러한 생각과 말속에는 그래. 이 어려움만 넘기면. 더 좋은 날이 오겠지. 힘들어도 조금만 더.’라는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어.라며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누구나 각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하나의 힘듦을 극복하고 나면, 형태가 바뀐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반복하며 성장한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1위라고 한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자층의 자살률이 높고, 현재는 청소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상대적 박탈감, 경쟁과 성취에 대한 문화, 관계의 고립 등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이슈들은 많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출산율도 낮은데, 생을 마감하는 자살률도 높다는 통계는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우리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듯하다.

 

 

여러 이유로 개인의 고통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지지를 받는 것은 그의 철학이 위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일 것이다.

 

높은 자살률이 의미하는 것은 어쩌면, 삶을 마감하기 전에, 정말이지 살아내고 싶다고 몸부림쳤던 강한 삶의 의지를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병상에 누운 아내 생각에, 삶이 의미 없음을 말했던 중년 남성도, 아내와 함께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니었나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시점이 올 때,

 

정말 원하는 삶의 의미와 의지를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죽고 싶은 마음만큼, 살고 싶은 우리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