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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수)

시험 잘 보기를 ‘바래.’로 썼다면, 이제부터는 ‘바라.’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 즈음이 되면 개개인, 사회, 나라 모두가 관심을 두고 너나없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응원하게 된다. 응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응원하는 데에 힘내라는 뜻으로 전하는 말이나 글이 빠질 수 없다. 응원 글이나 말 또한 여러 유형이지만 흔히,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보기를 바라.

그동안 공부한 거 실력 발휘 다하고 오기 바라.

시험 잘 보고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기를 바라.

 

와 같이 ‘바라다’를 쓰게 된다. ‘바라다’가 “생각하거나 바라는 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니 그럴 만하다.

 

 

‘바라다’를 쓰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데... 위에 쓰인 문구에서 ‘바라’가 눈에 띄면서 ‘바라’가 맞나? 하고 물음표를 하게 된다면, 이제 그런 의구심을 지우고 ‘시험 잘 보기를 바라.’, ‘꼭 합격하기를 바라.’처럼 ‘바라’로 자신 있게 쓰라는 말을 전한다. 흔히 ‘무엇을 하기 바래.’처럼 ‘바래’를 쓰기도 하지만, ‘바래’는 ‘색이 변하다.’ 뜻을 나타내는 ‘바래다’의 활용형이고 ‘바라다’는 ‘바래’로 활용할 수가 없다.

 

용언에서 ‘-다’ 앞에 있는 부분을 어간이라고 하는데, 어간이 ‘바라다’의 ‘바라-’, ‘나가다’의 ‘나가-’, ‘사다’의 ‘사-’처럼 ‘ㅏ’로 끝나면 그 뒤에 어미 ‘-아’가 연결될 때, 똑같은 모음인 ‘아’가 연속되기 때문에 ‘*바라아, *나가아, *사아’가 되지 않고 ‘바라, 나가, 사’처럼 줄어든 형태로 쓰게 된다. 이는 ‘나가-+-아, 사-+아’가 ‘나가, 사’로 쓰이듯 ‘바라-+-아’도 ‘바라’로 써야 한다는 말이고, 이를 달리 말하면 ‘나가다, 사다’가 ‘*나개, *새’로 쓰이지 않듯 ‘바라다’도 ‘*바래’로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흔히들 ‘바래’로 많이 쓰니까 그럼 이것만 예외로 인정하자는 말도 들리지만, 예외를 두기보다는 우리말 규칙이 있음 알고 이에 맞추어 쓰려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언중들이 많이 쓴다는 건 분명 언어의 변화에서 큰 힘을 지니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말 규칙을 알고 그에 맞추어 쓰려고 노력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말 규칙에 맞게 쓰게 되는 것은 참 중요하다.

 

‘바라다’가 ‘바라’로 쓰이게 되는 우리말 규칙은 ‘한글 맞춤법’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5절 준말에서 잘 설명해 놓았다.

 

 

제34항을 살펴보면, 여기에서 예로 든 ‘가다, 나다, 타다’ 등이 ‘가, 나, 타 / 갔다, 났다, 탔다’ 형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라다’도 ‘바라 / 바랐다’ 형태가 됨을 이해할 수 있다.

 

‘바라다’와 관련하여 하나 더 알아둘 형태는 ‘바라다’의 명사는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라는 점이다. ‘바라다’의 어간 ‘바라-’ 뒤에 명사를 만드는 어미 ‘-ㅁ’이 연결되었으므로 ‘*바램’이라는 형태는 절대 나올 수가 없고 어간 ‘바라-’와 어미 ‘-ㅁ’ 형태 그대로 ‘바람’이 된다.

 

지금까지 무언가 바라는 마음을 ‘바래, 바램’ 등으로 써 왔다면 하루아침에 이를 ‘바라, 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여기며 쓰기는 어려울 줄 안다. 그래서 우리말 규칙에 맞는 형태로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함께 해 보려고 한다. 상대방에 따라서는 ‘바라’ 뒤에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요’를 붙일 수 있다. 그리고 ‘바랍니다, 바란다’로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는 ‘*바랩니다, *바랜다’로 쓰게 되지 않을 터이니 논외이다.

 

시험 잘 보기를 바라./바라요.

가고 싶은 학교에 꼭 합격하기를 바라./바라요.

 

너의 바람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나의 간절한 바람은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야.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