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컵 안의 물
12월도 중순이 되었다.
일본어로 12월은 ‘시와수’라는 별명이 있고, 한자로 ‘師走’라고 쓴다. 그 어원은 몇 가지 추정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안에 가장 유력한 견해에 따르면 ‘스님(師)이 바쁘게 달리는 달’이라는 뜻이다. 옛 일본에서는 매년 연말에 불명회(佛明会)라는 법회가 있었다. 스님들이 각지의 사찰을 돌며 법회를 하거나 겨울철에 스님을 초청해 독경 등 불사를 하는 집이 많았다는 이유로 12월은 스님이 바빠 그런 이름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대 일본에서는 스님을 집에 부르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별명은 여전히 남아 있고, 師를 선생님이라고 해석해 ‘평소 유유히 걷는 선생님도 바빠서 달리는 12월’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쁜 사람은 선생님뿐이 아니다. 이 시기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송년회가 많고 모두가 여러모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계절이기 때문이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바쁘다는 말이 한자로 쓰면 ‘忙’, 마음을 잃는다고 쓰인다.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표현도 있듯이 바쁘면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시기라 오히려 조용히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초, 나는 번역서 1권, 내가 집필하는 2-3권의 출간계획을 세웠다. 원고는 거의 다 준비했지만 실제로 출판된 책은 번역서 (최경규 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한 권 뿐이었다. 외국어 공부나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 등 계획대로 할 수 있었던 일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실천율이 65-70%정도였다. 연초에 욕심이 많아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는 측면도 있지만 연간 계획과 매일 하는 일들의 연관성이 희박했거나 마무리까지 잘 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원인이다.
계획대로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는 "내년에는..." 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만 그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 있지 않을까?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라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이 있다.
올해도 아직 2주가 남아있다.
행복함의 여부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사례로 ‘물이 중간까지 있는 유리 컵’이라는 예시가 있다. 컵 안에 물이 절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아직 절반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달라, 마음의 행복도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와 마찬가지로 올해 남아 있는 시간이 2주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아직 2주나 남아 있고 생각하는지, 그것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리키마루 사치코 교수는
일본 주오(中央)대학 법학부 준교수
외국어를 좋아하는 일본인 교수, 세계 7개국 언어 가능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최경규작가 저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일본어로 번역(あなたのせいではありません)(2024년),
“세종 한글로 세상을 바꾸다" 라는 책을 공동번역(2022년).
김미경학장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2021년)및 최경규작가 “마음에 길을 묻다" (2023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출연
[대한민국교육신문]